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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3-41. 매일 읽겠습니다 - 황보름 (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

Herr.Kwak 2023. 12. 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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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책이, 당신의 하루하루가, 당신이 가고자 했던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주기를”
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집 『매일 읽겠습니다』


책을 읽으면 무엇이 좋은지 우리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 책이 정말 사회적 성공의 지름길이 될지, 책이 정말 오늘 내가 빠진 수렁으로부터 나를 구해 줄지. 그럼에도 매일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고, 더 많이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읽겠습니다』를 쓴 황보름 작가도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책을 생각하고 책을 읽으며 책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황보름 작가는 이 책에서 점진적으로 질문하고 답한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해요?” 하고 묻는 사람에게 우선은 다수의 취향에 기대 보길 추천한 다음(「1. 베스트셀러 읽기」), 「2. 베스트셀러 벗어나기」로 나아간다. 책을 읽을 틈을 찾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펼쳐지고(「3. 지하철에서 읽기」, 「7. 가방에 책 넣고 다니기」), 책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일(「4. 얇은 책 읽기」, 「5. 두꺼운 책 읽기」)이 이어진다. 책에 몰입하기 위한 다양한 방편들을 소개하고(「9. 타이머앱 사용기」, 「27. 동네서점에서」, 「44. 등장인물에 푹 빠져들기」), 책의 쓸모를 넓게 살핀다(「29. 기쁨과 불안 사이에서 책 읽기」, 「35.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은 책 읽기」). 모두 책이 너무 좋아서, 책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독서애호가가 진심을 담아 써 내려간 에세이들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진심.

 

- 작가 소개 -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등이 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저에게 있어 황보름 작가님은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대변되는 작가님입니다. 그만큼 제가 그 책을 무척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고,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 읽었기에 2022년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음은 물론이고,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는. 한국에 잠시 다녀온다면, 종이책으로 꼭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을 정도의 그런 책인데요. 그런 황보름 작가님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제가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2017년 처음 출간되었고 2021년 재출간된 개정판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휴남동 서점"은 2022년 작품이었습니다.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과 관련된 황보름 님의 에세이 53편이 모여있는 이 책은, 책을 읽는 방법, 책을 읽는 즐거움, 책을 읽는 이유, 책을 접하는 다양한 방법 등 책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아직 여느 작가님이나 SNS에서 만나는 여러 인님들에 비해서 책내공이 부족하다고는 느끼지만, 책을 읽지 않는 분들보다는 책을 많이 꾸준히 읽는다고 자부하는 독서인으로써, 많이 공감이 가는,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하는 책이었습니다. 

 

이번 책의 후기는 책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후기는 위와 같이 짧게 끝내고, 발췌해 놓았던 문장들 가운데에서 몇개의 문장을 골라, 그 문장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방법으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다른 후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에세이이기 때문에 책의 전체적인 언급은 위에서 이야기 한 한 문단으로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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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세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에서 ‘문학적 건망증’을 이야기 한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그림자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도대체 왜 글을 읽는단 말인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에서)
이러한 질문을 안고 거듭 고민하던 쥐스킨트락 내놓은 답은 독서에서는 ‘기억’이 아니라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였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학의 건만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한 권의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설사 내가 그 책으로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이 문단에서 저는 "모든"시리즈, 모든 요일의 기록과 모든 요일의 여행을 쓴 김민철 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는데요.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었다는 것만은 몸이 기록하고 있다는 김민철 작가님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황보름 작가님도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괜찮다고 위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이는 위안이 아니라,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당연히 충분히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는데요. 저도 고전에 대해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목을 알기에 이 책을 알고 있다고, 읽어보았다고 "착각"을 하고 살아왔었는데요, 최근에야 몇 권의 고전을 어렵지만 한 권씩 한 권씩 읽으며 고전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지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저도 사실 "왜 굳이" "꼭" 고전을 읽어야 하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명확히 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다시" 읽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유명 저작을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궁색한 위선"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탈로 칼비노의 이야기는 저에게도 해당이 되었던, 지금도 해당이 되는 느낌이어서 움찍 찔리면서도 웃픈 이야기였습니다.

 


 

이어서 황보름님이 이야기하는 "열혈 독서가"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열혈 독서가란, 늘 책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 아닐까. 누가 좋은 책을 많이 알고 있는지 눈여겨보고, 인터뷰에서 인터뷰이가 언급한 책을 찾아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심장하게 거론되는 책이 뭔지 귀를 기울이면서 책 정보를 모으는 사람. 읽어야 할 책이 가득한데 하루에도 몇 번씩 ‘익을 책이 또 뭐가 있나’ 두리번거리는 게 버릇이 되고 만 사람. 그렇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괜스레 시름에 젖기도 한다. ‘어제 이 책들을 다 읽지?’ 아무리 한숨을 쉰들 ‘이 책들을 다 읽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안다. 부단히 지금 읽는 책을 읽어 나가는 것. 때론 진짜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게 눈앞의 책을 열정적으로 읽어야 할 동기가 되기도 한다.

 

진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찔리시는 독자님들이 굉장히 많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저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보고 싶은 책들을 바로바로 구입하지 못하고, 엑셀 파일로 읽고 싶은 도서 목록을 만들어두고, 밀리의 서재나 전자도서관 등에서 대여해서 보고 있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도 목표량 50권(연간 100권)을 넘어 55권을 읽을 정도로 성실하게 독서를 해나가고 있음에도, 목록에서 지워지는 책의 숫자보다, 채워지는 숫자가 더 많을 때. (다른 분들은 읽지 못한 책들이 책장에 빼곡함에도 또 다른 책들을 쇼핑카트에 넣어두거나 서점에서 지나치지 못하고 한두 권 들고 나온다고 하시는) 그리고 SNS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가, 피드에 자주 등장하는 책은 무엇인가, 혹은 자기계발이나 자존감 등 어떤 테마에 대해서 추천하는 책들은 무엇인가 등을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 저의 모습이 대입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저도 어쩌면 "열혈 독서가"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너는 책에 무얼 바라니? 무얼 바라기에 이렇게 책을 읽어 대?’ 나는 책이 재미있어서 읽는데, 정말 재미 때문에만 읽는 걸까. 바라는 게 하나도 없을까. 이런 질문이 뒤이어 따라올 때면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란 장자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어쩐지 쓸모없어 보이지만 실은 독서가 꽤 쓸모 있다고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단단해지길 바란다. 덜 흔들리고, 더 의젓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오만하지도, 순진하지도 않게 되길 바란다. 감정에 솔직해지길, 하지만 감정에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

 

누군가 저에게 "왜 책을 읽느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저 "책 읽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보름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책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즐거워서 읽는다곤 하지만 가끔은 책을 읽고 있으면서 지루해하고 어려워하고. 그리고 무엇인가 유용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는데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척이나 공감되고 멋진 대답이다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는 답변. 저도 여러모로, 굳이 어떠한 하나의 목적을 가진 독서가 아닌, 저의 내면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하게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을 통해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작가님은 책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주셨기 때문에 제가 필사해 놓은 문장만 해도 다른 책들보다 거의 2~3배는 되는 느낌인데요. 그 문장들에 대해서, 그 문장들과 함께 하는 저의 느낌들에 대해서 모두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하면 글이 무척이나 길어질 것 같아서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이 책을 읽으신 독자분이 제 포스팅을 읽고 계신다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혹은 제가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내용 중에서 저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독서생활을 오늘도 응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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