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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3-56. 모든 요일의 여행 - 김민철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Herr.Kwak 2023. 12.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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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2015년 출간 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된 『모든 요일의 기록』과 2016년 출간된 『모든 요일의 여행』이 10만 부 돌파를 기념해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저자 김민철의 첫 번째 에세이 『모든 요일의 기록』이 일상에서 아이디어의 씨앗을 키워가는 카피라이터의 시각을 담백하고 진실된 문장으로 보여준다면, 이후 선보인 『모든 요일의 여행』은 낯선 삶의 틈에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행자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리커버 에디션 표지는 일러스트레이터 에토프(etoffe) 작가의 그림으로 ‘곱슬머리 작가’ 김민철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위트와 편안한 감성을 더했다.

출간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모든 요일의 여행』은 저자 김민철이 ‘기록하는 여행자’가 되어 자기만의 여행을 직조해가는 이야기다. 여행만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게 또 있을까. ‘여행’이라는 빛 아래에서는 ‘애써 외면했던 게으름이, 난데없는 것에 폭발하곤 하는 성질머리가, 떨칠 수 없는 모범생적 습관’까지,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나답다’고 믿었던 것들로부터 더욱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익숙한 공간과 익숙한 시간에서, 익숙한 생각과 익숙한 행동만 해왔다면 말이다.

 

- 작가 소개 - 

 


일상을 여행하며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며 다시 기억 을 여행하는 사람. 《내 일로 건너가는 법》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띵시리즈 : 치즈》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하루의 취향》 등을 썼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여행기. 카피라이터의 눈으로 바라보는 여행기. 네. 그저 여행기일뿐입니다. 그녀가 어떻게 여행을 하는지, 낯선 공간을 그녀가, 카피라이터인 그녀가 어떠한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여실히 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왜 읽는 내내 뭉클함이 밀려왔을까요? 왜 마음이 간지럽고 눈이 시린 것일까요? 그 답이 바로 그녀의 시선이 주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피라이터인 그녀는 일상을 기록하고 여행을 기록합니다. 떠나고 돌아오고 또 떠나고 돌아오는 그녀. 떠날때마다 이번에는 꼭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올 거라 다짐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하면 일상적인 습관이 스멀스멀 밀려와 언제 또 여기에 와보겠냐며 또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그녀의 여행의 기록은 따사로웠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한 달간 머물게 된 도쿄에서 시작을 합니다. 친구의 집에 머물면서 자신만의 템포로, 자신만의 걸음과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의 진짜 고향이기를 바라는 사랑하는 파리에서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리스본에서.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그곳에서 다시금 낯선 여행자가 되어버립니다. 그러한 낯섦 속에서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는 여행의 숙제를 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밀려오고, 곳곳에서 만나는 돌발상황 속 균열에서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다시 낯선 곳에서 낯선 여행자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잘 안다고 여겼던 바로 그곳에서 말이죠.

 


 

사실 우리 모두 그럴것입니다. 언제 또 와보겠냐며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여행의 기록을 남기기에 더 바쁜 우리의 여행. 이것 하나 놓치거나 무언가 일정이 틀어지면 여행 전체가 다 엉클어지고 망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우리의 여행. 정답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여유 있게 돌아봐도 좋을 텐데 말이죠. 그 한 곳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 커피 한잔 못 마셨다고 해서, 그 음식 하나 못 먹었다고 해서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김민철 작가님은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바로 그날, 그날의 허무함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문제는 내 욕심이었다. 스물일곱 시간이 걸려 도착한 도시였고, 그게 하필 파리였고, 마침 도착한 시간이 이른 아침이었고, 그날이 하필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었고, 그렇다면 에펠탑에서 불꽃놀이가 있을 테고, 파리와 에펠탑과 불꽃이라니! 결국 나는 또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좀 쉬어도 됐을 텐데, 좀 천천히 가도 됐을 텐데.”

 

 

그러한 생각 끝에 그녀는 다시금 그녀만의 여행의 목적을 되새겨봅니다. 습관적인 여행의 굴레에서 벗어나 욕심을 줄이고,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바꾸어 자신만의 취향과 시선을 찾아보기로 말이죠. 무심코 꺾은 골목길에서 지금까지 겉돌기만 했던 그 도시의 진짜 이야기가 들려오고, 그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일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무계획"의 길 속에서 만나는 도시의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녀에게는 그날이 바로 제대로 된 여행의 시작일이었습니다.

 


 

"여.행"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여행의 참 뜻을 찾아가는 그녀는 결국 여행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자신의 결점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찬란한 햇빛을, 시원한 바람을 천천히 음미하라 이야기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퍽퍽한 일상에 지지 않는, 결점에 지치지 않는 여행자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결국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여행"이 아니라 "현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여행이 동일할 수 없듯, 나의 현재도 또다시 찾아오지 않는 찬란한 지금 이 순간일 뿐이라고, 그 순간을 즐기고 느끼고 사랑하라고. 여행에서 한 치의 오류도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는 그런 여행 말고 실수로 잘못된 버스에 올라타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서도 실수에서, 결점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여유를 찾아보라고. 

 

그리고 결국 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완벽한 것은 없기에 너의 인생을 살고 있다면 그것이 완벽한 인생은 아닐지라도 지금 이 순간 즐거운 지금을 살고 있다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정해진 답이 없기에 현재를 더 즐길 수 있고, 미래를 더 즐겁게 맞아들일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기를 응원하며, 오늘의 포스팅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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