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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3-07. 하얼빈 - 김훈

Herr.Kwak 2023. 11. 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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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칼의 노래』를 넘어서는 깊이와 감동
김훈이 반드시 써내야만 했던 일생의 과업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 작가 소개 -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 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했다.(1966년). 2학년 때 우연히 바이런과 셸리를 읽은 것이 너무 좋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외과에 뜻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영시를 읽으며 영문과로 전과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동기생들이 4학년 올라갈 때 그는 영문과 2학년생이 되었다. 영문과로 옮기고 나서 한 학년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니까 여동생도 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이 어려운 상태라 한 집안에 대학생 두 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닥닥 긁어 보니까 한 사람 등록금이 겨우 나오길래 김훈은 "내가 보니 넌 대학을 안 다니면 인간이 못 될 것 같으니, 이 돈을 가지고 대학에 다녀라"라고 말하며 그 돈을 여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다.

김훈 씨는 모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영웅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궤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복원하여 현실성을 부여하되, 소설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순신 1인칭 서술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폭력성,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밥과 몸에 대한 사유,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장군으로서의 고뇌 등을 드러내고 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그리고 그 둘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바로 그곳. 하얼빈.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그 이름. 안중근. 도마 안중근. 때문에 그를 다룬 도서를 비롯하여 영화, 뮤지컬 등 각종 매체들이 이미 많이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이 다른 책들과 차별점을 보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집중과 선택"입니다. 기존의 다른 매체들에서는 안중근 열사의 일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고 알려주는 것에 주력하였다면, 이번 하얼빈은. 역사적인 그 사건.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열사가 이토를 저격한 바로 그 순간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그 전후의 짧은 나날에 벌어진 안중근 열사와 그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이토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각에서 병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설의 첫 시작이 안중근 열사의 이야기가 아닌 이토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에도 무언가 김훈 작가의 숨은 의도가 있는 건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책을 열었고, 책의 흡입력은 순식간에 책을 다 읽고 덮어버릴 정도였습니다. 단 며칠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는 극적인 긴장감을 가득 안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중근 열사가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지는 생각, 부인 김아려 여사와 그 아이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신앙인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가지는 여러 생각들과 머뭇거림. 이러한 인간적인 두려움은 기존의 매체에서는 집중하지 않은 낯선 부분으로, 이러한 이야기들로 인해서 하얼빈에서 벌어진 그 역사적인 사건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 그리고 안중근의 동지인 우덕순. 그리고 당시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순종까지. 이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적인 서사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얼빈에서 이토의 사살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주는 이야기도 충분히 벅차오르고 언제나 흥미롭게 읽지만, 이번 책에서는 다른 부분에서 좀 더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게는 조금은 낯선 이름이었던 빌렘 신부. 니콜라 빌렘 신부의 이야기가 특히 그러하였는데요. 이 부분에서는 앞서도 언급을 한 것처럼 천주교 신자로서의 머뭇거림을 보였던 안중근의 모습과 겹쳐지는데요, 그러한 머뭇거림을 보이는 안중근 열사.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담담히 자신의 소신을 행하기 위해 움직이는데요. 그런 그를 바라보는 빌렘 신부. 빌렘 신부는 안중근 열사에게 천주교도로서의 많은 영향을 준 신부로써, 안중근 열사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들어준 신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빌렘 신부의 시선과, 빌렘 신부와 뮈텔 주교의 갈등. 실질적으로는 친일 성향이었던 뮈텔 주교와 안중근의 편에서 그를 지켜주고 싶었던, 친한 성향의 빌렘 신부의 갈등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요, 책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말입니다. 그렇게 이번 책 하얼빈에서는 이토와 안중근으로 만들어지는 하얼빈에서의 이야기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첨가되며, 한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려 애쓰는 빌렘과, 교회의 안위를 위하는 뮈텔, 다시 말해 세속과 결탁한 뮈텔의 갈등은 소설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매 순간순간, 매 장면마다 김훈 작가가 보여주는 문체는 이게 김훈이다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안중근 열사, 아니 김훈 작가가 그리는 안중근은 희망이 없어 보이는 시대를 온몸으로 헤치며 나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런 길에서 악전고투하고, 때로는 타협하기도 하고, 가치관의 충돌에서 머뭇거리기도 하는 안중근. 어쩌면 전 생애를 보여주는 긴 이야기보다, 단 며칠을 보여주는 이번 소설이 더욱 공감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에도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많이 튄 느낌입니다. 특히 이번 후기는 개인적으로 많이 어려웠는데요, 이번 후기는 헤어곽의 도서관에서 소개영상으로는 제작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안중근 열사라는 인물을 대상으로 한 소설. 그리고 그 소설을 이야기 함에 있어서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상징성을 흔들게 될까 내심 걱정이 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혹시나 이번 후기에서 역사적인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 혹은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주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제게 알려주실 분들의 댓글은 감사히 받고 정성껏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후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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