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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3-19. 친밀한 이방인 - 이한아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Herr.Kwak 2023. 11.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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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미끄러지듯 매혹되는 이야기의 끝,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진다

삶에 대한 긍정의 자세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생의 비의를 길어올리는 소설가 정한아의 세번째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이 출간되었다. 『달의 바다』(2007), 『리틀 시카고』(2012)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장편으로, 오랜만에 한국문단에 강력한 반전을 선사하는 반가운 작품이기도 하다.

한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을 훔친 비밀스러운 인물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이 유려한 미스터리는 때로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침없이 삶을 뒤엎는 한 인물의 일생을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겹쳐가며 복원해낸다. 그렇게 내달려온 이야기의 끝, 지금까지 촘촘하게 쌓아온 서사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반전은 강렬한 전율에 목말라 있던 우리를 가을밤의 싸늘한 한기 속으로 끌어다놓는다.

 

- 작가 소개 -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2007년 장편소설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건국대 국문과 재학 중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한 그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작업실에 머물려 직장인과 똑같이 출퇴근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쓴다고 한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 『애니』, 『술과 바닐라』, 장편소설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친밀한 이방인』 등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장르적인 요소를 반영하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전통적인 서사에 충실한 편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판타지나 SF 등의 상상력을 동원한다기 보다는 현실적인 소재 속에서 순진무구하고 명랑한 감수성과 산뜻한 문체를 통해 오히려 신비감을 자아내게한다. 문학동네작가상, 김용익소설문학상, 한무숙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배우 수지님이 열연한 드라마 안나. 그 안나의 원작소설로, 와이프가 드라마 안나를 재미있게 본 후, 이 책을 보고 싶어 해서 구하게 되어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라마는 보지 않았고, 가끔 유튜브로 짧게 short 영상으로 와이프가 보던 영상의 잔상이 남아 있는 상태여서 몇몇 소설의 부분에서 그 영상이 떠올랐고, 그 기억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어나갔습니다.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으셨거나 (저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에, 드라마와 소설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와이프에게 몇몇 질문을 해보았을 때, 소설과 드라마는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을 아직 읽지 않으셨을 분들을 위해 소설의 내용을 짧고 스포일러 없이 조심스럽게 전달해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소설에서 화자는 "나"로 나오는데요, 소설가이지만 칠 년 가까이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인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 광고는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였는데, 그 책은 바로 본인이 쓴 소설 난파선이었습니다. 그 소설은 자신이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해당 공모전에서 낙선한 후 까맣게 잊고 지내던 소설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죠. 신문사에 더 이상 광고를 싣지 맡아달라고 연락하자, 뜻밖의 인물인 '진'이 연락을 해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하며 이야기는 진행되는데요, 남편의 거짓말은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나는 그 "이유미"의 삶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유미"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면서 소설의 내용은 이어집니다. 이 "이유미"라는 인물이 바로 "안나", 드라마에서 배우 수지님이 연기한 그 안나입니다. 나는 그녀의 일기장 속에서 그녀의 생의 한 순간 그녀가 만났고, 스쳐갔던 인물들을 하나하나 찾아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유미라는 인물의 모습을 좇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감추고 있던 진실을 찾기를 바라던 그 끝에서, 모든 퍼즐의 조각이 맞춰진 그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을 만나고 말죠.

 

이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에 대해서는 아껴두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바로 소설에서는 하이라이트일 수 있으니까요. :-) 소설과 드라마 모두에서 주인공은 "안나"인데요,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안나"에 집중을 해서 그녀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조금 각색이 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설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결말을 배제하고서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오는 인물은 바로 "안나"일 텐데요, 하지만 안나뿐만 아니라 "나"와 "진", 그리고 그 가족들 모두는 "안나"와 마찬가지로 각각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죠. 모두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그것이 중요한 포인트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서 밝혀지지 않은 크고 작은 비밀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밀과 함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라는 메세지가 어쩌면 소설에서 주는 메세지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안나"로 조금 더 접근을 해보면, 소설을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흥미롭게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그녀의 삶과 그녀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되면, 그 거짓말과 비밀이 저를 짓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고, 그 거짓말을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고 하죠. 바로 안나의 이야기는 작은 거짓말 하나에서 시작되어,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서 그녀 자신을 그녀 자신이 아니게 만들고 있습니다. 안나의 거짓말은 낙방한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에서 부모님에게는 입학했다는 거짓말, 그리고 하숙방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학교 학생이라는 거짓말에서 시작합니다. 그것이 종국에는 그녀를 파멸로 이끌고 말죠.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엉망진창인 삶의 실체를 비밀로 가려둠으로써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한 채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이란 명확한 이해가 아닌 모호한 낙관과 희망에서 생겨난다는 이 책의 메시지가 묘한 안도감을 건네는 이유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작가님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가 위에서 미처 이야기를 못다 한 책의 결론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보니, 책을 읽어보시고 작가님의 의도를 곱씹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와 너무 동기화를 시키려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저 개인적으로도 "안나"에 집중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진",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알려지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짧게 해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짧은 책소개를 마무리하며,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제가 미처 책을 통해서 못 느꼈던 부분들, 다양한 이야기들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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