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독서노트/소설-시-희곡

[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1-03.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 에이미 벤더

Herr.Kwak 2023. 9. 7. 22:00
반응형

 

-책 소개 -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달콤한 케이크 속에 담긴 선명한 슬픔의 맛.

음식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맛보게 된 한 소녀와, 투명한 슬픔을 드러내 보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 에이미 벤더는 일상적인 모습 이면에 감추어진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미국의 소설가다. 작가는 엄마가 만들어준 레몬 케이크를 먹은 후 자신이 음식을 통해 요리한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 아홉 살 소녀 로즈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필연적인 외로움을 안고 매일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엄마가 구워놓은 자신의 생일 케이크를 몰래 한 입 먹어본 로즈. 솜씨 좋은 엄마가 만든 케이크의 맛은 더없이 훌륭했지만, 이상하게도 "음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엄마의 깊은 한숨과 상실감이 고스란히 느껴져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음식을 통해 요리한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로즈는 원치 않아도 끊임없이 밀려드는 타인의 감정에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주기 위해 손을 내민다.

이 특별한 능력을 얻음으로써 로즈가 겪어야 하는 상황들은 아홉 살 소녀에게는 버거운 변화들이다. 가족들이 저마다 끌어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 외로움,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과 서로의 아픔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모습. 작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드러나는 가족 모두의 깊은 고독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 섬세한 손길로 그들의 삶을 그리며 소설 전반에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을 담아낸다.

 

- 작가소개 - 

일상적인 모습 이면에 감추어진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는 미국의 소설가. 동화적이지만 현실적이고 밝지만 어두운 독특한 이야기들을 통해 영혼의 고독을 위로하는 소설을 주로 발표했다. 전쟁에서 입술을 잃어 키스할 수 없는 남편, 불의 손과 얼음의 손을 가진 두 명의 소녀가 등장하는 첫 소설집 《불타는 스커트의 소녀(The Girl in the Flammable Skirt)》(1998년)가 그해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고 『LA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가장 신선한 목소리를 가진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발표한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사인(An Invisible Sign of My Own)》과 소설집 《제멋대로 녀석들(Willful Creatures)》 모두 특유의 동화적인 설정과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매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푸시카트 상을 두 번 수상했고, 단편 〈얼굴들(Faces)〉로 셜리 잭슨 상을 받았다. 가족, 사랑, 성장에 관한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인 최근작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역시 발표와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고, 현재 17개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정신적 질병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감독하고 연기하는 비영리극단 ‘이매지네이션 워크숍‘의 시니어 아티스트이기도 한 에이미 벤더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집으로 돌아온 로즈에게 "케이크 먹을래?"라고 묻는 활기찬 엄마. 아들과 딸을 위해 땀을 훔쳐가며 열심히 반죽을 하고 오븐에 케이크를 넣는 엄마의 모습에 따뜻한 집의 온기와, 달콤한 케이크의 향. 그리고 우리네 엄마의 모습이 겹쳐진다. 케이크와 한식은 다르지만, 땀을 훔쳐가며 음식을 만들어주는 그 모습은, "김치찌개 먹을래?" 하고 보글보글 칼칼하게 찌개를 끓여주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서 우리네 가족의 삶이 보였다.

 

하지만 도입부와는 달리, 그 케이크의 맛은 달콤함이 아니라 엄마의 공허함과 또 다른 엄마의 알 수 없는 감정들의 혼합된 맛이 난다. 9살의 어린 로즈에게 엄마의 여러 감정의 맛은 감당하기 어려웠으리라. 분명 엄마의 노력이 가득 담긴 이 케이크는 누가 먹어도 맛있는 케이크임이 분명했지만, 로즈에게는 이상하게도 "음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엄마의 상실과 공허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로즈는 음식을 통해 음식의 성분과 디테일은 물론,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원치 않아도 밀려드는 타인의 감정들에 혼란스럽고, 타인과 다른 자신의 그 "맛"을 느낌에 당혹함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인스턴트식품을 먹으며, 여러 감정들을 속여가며 감당하기 힘든 그 시간 속에서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주려 한다. 특히, 가족들이 저마다 끌어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 외로움,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과 서로의 아픔을 혼자만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다른 가족들은 인지하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모습. 그 모습 속에서 로즈는 여러 감정속에 휘말리게 된다.

 

이를 통해 엄마의 공허함과, 불현듯 엄마에게 찾아온 또 다른 감정에서 엄마의 "외도" 혹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설렘"을 느끼게 된다. 알면서도 모른척, 그렇게 십여 년을 지내게 된다. 그리고 로즈의 오빠 조지프. 어쩌면 자폐 증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천재들이 가지고 있는 몰입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조지프. 솔직히 조지프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 책의 전개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로즈가 그 공감능력으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의 아픔을 감싸려고 하는 모습만을 볼 수 있다.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엄마와, 눈빛이 너무 불안정해서 마음 편히 마주 앉아 점심을 먹으려면 시리얼 상자라도 급하게 세워 막아야 하는 오빠, 그리고 병원을 혐오하는 아빠. 이 구성원들의 모든 아픔을 로즈는 마주하고 있으며, 하나하나 감싸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로즈는 드디어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먹어보게 된다. 

아뿔싸. 그렇다. 책을 일으면서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타인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자신의 감정과 바로 마주하는 것. 로즈는 자신의 요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향수(그리움)의 맛, 그리고 더 어리고 더 달콤했던 시절에 대한 갈망과 투정을 느끼게 된다. 아마 9살 이전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 기억을 그리워하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얼마나 큰 시련과 고통이었을까.

 

언뜻 보면 평범한 한 소녀의 성장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환상적인 음식을 통해서 느낀다는 글의 소재면에서는 무언가 판타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 소설인 것 같다. 가정에 충실하지만 시간에 대한 외로움에 지친 엄마의 사랑, 그리고 생각해보면, 조지프도 누군가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소설 속에서 보이는 일련의 기이한 행동으로 미루어볼때, 그도 로즈와 같은 무언가 스스로 억누르고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몸부림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그 무언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소설의 말미에 로즈는 아빠를 통해 그녀의 할아버지도 자신과 비슷한 능력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냄새로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들을 통해 로즈는 자신의 이 "기이한 능력"이 나 혼자만이 별나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로즈는 스스로 변화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음식을 만들어본다는 의미로 식당에서 취직을 하는 로즈의 모습에서, 그녀 내면 속에 잠재된 가두었던 잠재의식이 서서히 맘의 빗장을 풀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힘찬, 하지만 아직은 작은 첫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음식은 모두에게 따뜻한 기억과 연관될 것이다. 향수, 엄마, 고향, 따뜻함, 온기.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음식을 통해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 절묘하게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이미지들을 연상하면서 글을 읽는다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