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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1-04. 7년의 밤 - 정유정

Herr.Kwak 2023. 9.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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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딸의 복수를 꿈꾸는 한 남자와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는 한 남자!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이야기 『7년의 밤』. 제1회 세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의 작가 정유정. 그녀가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하여 야심 차게 내놓은 소설이다.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 이 작품은 액자 소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쓰고 떠돌던 아들이 아버지의 사형집행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의 죽음은 7년 전 그날 밤으로 아들을 데려가고, 아들은 아직 그날 밤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한편, 소설 속 소설에서는 7년 전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남자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숨 막히는 대결이 펼쳐진다.

 

- 저자 소개 - 

 

정유정은 전남 함평 출생.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5천만 원 고료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고 《내 심장을 쏴라》로 1억 원 고료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렬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구성, 스토리를 관통하는 유머와 반전이 빼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수상 이후 일체의 작품 발표 없이 장편소설 《7년의 밤》 집필에만 몰두했다.

 


 

 

2011년 발간된 이 책은 2018년 영화로 개봉될만큼 큰 인기를 끌었고, 내용 역시 탄탄하였습니다. 영화는 책을 읽기 전까지 미처 몰랐으며, 아직 보지 못하였어요. 류승룡과 송새벽 그리고 장동건. 영제 역의 장동건은 조금 매치가 잘 되지 않지만, 특히 승환 역의 송새벽은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찰떡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소설은 대략 이러합니다. 과거 고등학교 시절 포수로서 잠재력이 충분했고 프로로도 입문한 현수. 하지만 고질적인 용팔이, 왼손 통증과 마비증상으로 인해 예전의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일찌감치 은퇴. 그리고 경비회사에서 일하다가, 세령 댐의 경비근무로 발령을 받고 이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은주는 어릴 적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억세고 거칠게 세상과 맞서서 살아온 억척스러운 여자죠. 어찌어찌하여 결혼까지 하게 된 둘은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고, 새 집 장만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 중산층으로서의 삶을 꿈꾸며, 세령 댐으로의 이사를 택하게 되죠. 그곳에는 사택이 있었고, 은행빚을 통해 구입한 아파트는 3년간 세를 놓는 것. 

 

하지만, 이사 전에 잠시 들러서, 그곳에 이미 살고 있는, 그리고 함께 살아야 할 승환과 이야기를 하고 오라는 성화에 못이겨 떠난 현수 앞에 벌어진 사고. 무면허, 음주운전, 모든 것을 한 번에 잃을까 겁이난 현수는 사고로 치게 된 세령을 호수에 던져버립니다. 하지만 세령은 이사 가게 될 세령 수목원의 주인이자 사택 101호에 거주하는 오영제. 

 

하지만 영제는 평소 아내와 딸을 교육 시킨다며 손찌검을 하고 자신의 성에서 살고 있는 이중인격자.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와이프는 집을 나가 연락이 되지 않던 그날도 딸 세령을 교육한다며 손찌검을 하게 되고, 그에게서 도망친 세령은 교통사고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택에 거주하고 있던 세령댐의 직원 승환. 그는 잠수가 허락되지 않는 세령 댐과 호수에서 잠수를 즐기며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그리고 그날도 잠수를 하다가 호수 밑에 잠긴 세령 마을을 발견하고 그곳의 영상을 촬영하다가, 호수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는 현수가 세령을 던져버리는 소리.

 

이렇게 그 날 서로가 다른 상황 속에서 하나의 실에 의해 연결된 셋. 그리고 세령과 현수의 아들 서원.

 

세령댐 문을 개방하여 아랫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아내와 영제까지 죽인 살인자로 경찰에 잡히고, 살인자의 아들로 낙인이 찍힌 채, 세상 어느 누구와도 어느 곳과도 인연을 맺지 못한 채 세령 사택의 룸메이트였던 승환과 다시 만나 함께 지내는 서원.

 

이 모든 이야기는 7년 전 현수가 세령을 호수로 던져버리던 그 2주에서 시작합니다.

(쓰다보니 대략이 아니게 되었네요. 하지만 스포일러는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일었습니다. 매번 자기 계발서 혹은 에세이를 주로 읽었는데,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고, 어느 순간 책에 홀딱 빠져서 읽었습니다. 정유정 작가를 소개하는 힘 있는 문장과 압도적인 서사, 그리고 생생한 리얼리티라는 설명은 이 책과 딱 들어맞았습니다. 잠수와 관련된, 그리고 댐의 작동원리와 보안업체의 생리 등 모든 부분이 리얼하였고, 세령 마을이 정말 어느 호수 아래에 실존하는 동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진실과 사실 사이에 바로 이 "그러나"가 있고 그 "그러나"안에 존재하는 세계는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꼭 들여다봐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불행이라는 것은 어쩌면 한 순간 우리를 덮쳐올지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불행과 맞딱뜨려 최선의 선택으로 그 불행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죠. 그리고 그 이후, 항상 뒤따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만약 이렇게 하였다면?" "만약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모든 가정의 상상과 내가 택하지 못한 선택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쩌면 현수도 그날의 불행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하지만 그가 지켜야 할 것 때문에 그 선택을 꽁꽁 싸매며 2주를 보냅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지죠. 

 

그리고 현수가 야구선수로 활약하던 시절 그의 포지션인 "포수". 이 포수라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으로 보여집니다. 포수는 야구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입니다. 시원하게 공을 뿌리며 타자를 삼진을 잡고 포효하는 투수. 스포트라이트는 투수에게 많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포수는 그 뒤에서 빛을 받지 못함에도 주연, 투수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많은 위치입니다. 분명 좋은 포수는 투수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투수의 능력 최대치를 달성하는 것은 투수 본인이게 달린 것이다. 현수는 마지막에 좋은 포수이자 아버지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서원은 마지막 자신의 인생의 공을 자신의 손에 쥐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공을 힘차게 뿌립니다. "공은 서원이 가지고 있다."는 현수의 마지막 말처럼, 현수의 마지막 바람은, 서원이 더 이상 타인에 의해서 흔들리고 방황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정해서 자신이 공을 던지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자신이라는 포수의 틀을 깨고 자신이 원하는 공을 힘차게 던지기를 바란 것은 아닐까.

 


 

하아, 소설의 결말과 스토리를 쓰지 않으려다보니 어떻게 글을 더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는 직접 읽어보시기를 바라며 소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이야기하자면, 소설 자체가 탄탄함 그 자체였습니다. 핏줄을 통해 대를 이어 내려오는 운명의 장난과 굴레. 그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그들을 옥죄는 시련. 소설을 읽으면 현수의 부성애가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중요함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어떠한 것이 되었던, 지금 당장의 문제던, 내 안의 트라우마던, 대를 내려서 이어져 온 운명이던 내가 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절대로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을.

 


 

뭔가 중구난방이 된 듯한 느낌의 후기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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