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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4-055.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오찬호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Herr.Kwak 2024. 10.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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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사회학자 오찬호, 죽도록 속상하고 억울한 ‘대한민국 부모’를 만나다

‘육아’ 문제는 한국 사회의 ‘연애-결혼-출산’에 관한 궤적과 이어져 있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반복해왔던 ‘현실론이라는 주판’을 두들기며 타인과의 만남을 계산한다. 연애할지, 결혼할지, 출산할지 말이다. 부모는 이 갈림길에서 ‘YES’를 선택한 사람이다. 고민이 깊었던 만큼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자녀를 보란 듯이 키워서’ 증명하려 한다.

이 책에서는 0세부터 12세 사이의 자녀를 둔 한국의 부모들이 ‘과연 자녀를 시민으로 키우는’ 육아를 하는지 비판적으로 관찰하면서 ‘그 부모’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모순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그 속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강박 속에서 결혼했고 육아를 하고 있는지, 그 민낯의 괴기스러움을 먼저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모가 느끼는 그 억울함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 작가 소개 -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 대구와 서울을 거쳐 현재는 제주의 시골에서 산다. 주로 글을 읽고 쓰며 가끔 육지로 나가 강연한다.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면서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추적하는 데 관심이 많다. 평범한 일상 속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찾고 드러내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민낯들』은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체념과 “사회 탓만 하고 살 거야?”라는 무례함이 응축되었을 때,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반복되는지 역으로 따져 본 결과물이다. 매번 사람들 입에서 되풀이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정말로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한다.

인문사회과학출판협의회 ‘10년을 빛낸 책’(세대 부문)으로 선정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2013)를 시작으로 『진격의 대학교』(2015),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2018) 등 여러 책을 집필했다. 최근 작으로는 2020년에 출간한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곱창 1인분도 배달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할까』,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등이 있다. 『민낯들』은 열세 번째 단독 저서다. 〈차이나는 클라스〉(JTBC), 〈어쩌다 어른〉(tvN),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CBS)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연애, 그리고 결혼. 연애 다음의 과정은 결혼이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논리로 보였죠. 하지만 지금은 연애 다음의 과정이 결혼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연애 다음의 과정에 얽매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혼을 선택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딩크족을 선택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 그렇게 바뀐 사회에서 결혼과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하지만, 아직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죠. 특히 현재 결혼세대와 그 부모세대인 기성세대 사이에서 오는 결혼과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사위로서, 며느리로서 응당 해야만 하는, 혹은 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그 풍습과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기에 그 과도기에서 많은 문제도 등장하고, 갈등도 커지고 있죠. 그렇기에 우리는 결혼, 나아가 육아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에 대한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북스타그램 이벤트에서 "담도의 서재"님이 나눔 이벤트를 열어주셨고 그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되었습니다. 담도의 서재님은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이벤트 하셨는데, 그 책들의 목록에서 "결혼과 육아"라는 두 단어는 저에게 와닿았죠. 왜인지는 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제가 올해 2월에 아빠가 되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혼, 그리고 육아는 2024년 헤어곽, 꽉형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받고, 해외에 나와 있는지라 접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7월 와이프가 아이와 함께 한국에 휴가를 다녀왔고, 독일로 돌아오는 길에 챙겨와 제 손에 드디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와이프와 최근 월에 2권씩 2주에 한 번, 둘만의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이렇게 이 책을 받기까지 긴 스토리가 있었고, 읽는 과정에도 모티베이션을 많이 가지고 읽었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요? 전체적인 총평은 중간에서 조금 아래 별평점으로 치자면 별 5개에 2개 혹은 2개 반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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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을 할 수 있듯 부모로 사는 것에 대해서, 부모로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이 당연시 되는 이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덜이 사회학자" 오찬호 님의 이야기는 본인을 표현하는 것에서도 그러하겠지만 너무 투덜대는 느낌이 강하였습니다. 이 책은 수많은 부모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체념하고 순응하여 만들어 낸 결혼-출산-육아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날것 그대로 담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물론 "출산"이라는 테마가 들어가 있기에 여성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시선은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불만과 문제의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그 문제의식 자체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여성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책은 "수많은 부모"들의 이야기라고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남성이 빠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여성이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긴 시간 희생당하고 강요당하였지만, 그것이 바뀌기를 바라는 시선에서 남성의 자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이것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아기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서, 육아에 대해서, 나는 괜찮은 부모일까라는 질문에서 책을 시작을 합니다. 그러면서 "평범"한 부모의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가족의 의미를 우리 가족만을 위한 시선을 넘어서 우리 사회를 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죠.  나아가 잘못된 방향으로의 질주를 멈추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그런 부모들에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가감 없음이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옳은 방향을 찾아낼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육아에 대해서,  육아서의 범람에서 오는 문제에 대해서, 이상적 육아로 통용되는 이상한 육아에 대해서, 사교육에 대해서 등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지만, 1장에서 "결혼"에 대한 부분이 가장 먼저 와닿았기 때문에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뒷쪽 육아에 대해서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지만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결혼. 그 결혼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 뒤의 이야기는 잘 와닿지 않았던 것이죠.

 

저자는 이 책의 소개글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저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현실을 ‘버틸’ 아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버티지 않고도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임을 잊지 말자는 것. 단순히 ‘사교육으로부터 자녀를 해방시켜라’ 같은 뜬구름을 잡자는 게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삶에 자녀들이 세팅되고 있지는 않은지,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 데 부모가 어떤 방해를 하고 있는지 우선 진지하게 스스로 되물어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 이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웠지만 저주받은 현실은 변함이 없다. 삶의 현장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객관화해 이 ‘기괴한’ 연애-결혼-육아의 현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말이죠. 

 

결혼으로 시작된 축산과 육아는 엄마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는 독자들의 추천평에 무척이나 공감을 합니다. 당연시되었던 모성의 틀을 깨고 엄마의 육아가 아닌, 부모가 함께하는 슬기로운 육아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어떤 고충인지, 남성들은 어떤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부모"가 함께하는 육아이기에, "모"의 고통뿐만 아니라 "부"의 고통과 어려움도 감안하고 서로 맞춰가고 이해했을 때 진정한 부모가 함께하는 육아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조금만 투덜이 본능을 내려놓고, 진정한 함께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오늘의 후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쩐지 저의 후기가 너무 남성의 입장에서 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사실일 수 있습니다. 만 1살이 채 되지 않은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함께 육아를 하며,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이 책을 읽었을 때 느꼈을 마음이라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모두가 공평하고 존중받고, 보호받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정이 되길, 그런 가정이 많은 사회가 되길 바라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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