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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2-54. 언어의 온도 - 이기주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Herr.Kwak 2023. 10.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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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는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차가움과 따뜻함을 글감 삼아,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을 예찬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다 보면, 독자 스스로 각자의 ‘언어 온도’를 되짚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 작가 소개 - 

 


말을 아껴 글을 쓴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쓴다.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화장대에 담담히 꽃을 올려놓곤 한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글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등이 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말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말, 한글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한글은 조사 하나에 따라서, 아니, 점 하나에 따라서 단어의 뜻이 달라지고, 문장의 뜻이 달라지게 되죠. 소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때문에 우리는 말을 어떻게 쓰고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를 표현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 [언어의 온도]의 저자 이기주 님은 "말과 글에도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라고 전하며 말을 줄여서 만든 글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을 통해서 와닿았던 것은 "내" 말에 따뜻함과 차가움의 온도가 있는 것처럼, 내 말을 받아들이는 "너"에게도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으며, 그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나뿐만 아니라, 너 또한 나는 배려하여 이야기를 전한다라는 위로의 메시지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위로의 단어와 말 한마디에는 따스함이 깃들어 있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에는 차가움이 서려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기주 작가는 세상살이에 지칠 때 따스한 위로가 될 수 있는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그러한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친구의 말 한마디가 따스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이는 이 책을 통해서 따스한 위로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님의 따스한 마음이 책의 곳곳에, 문장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작가님은 특별히 거창한 이야기들이 아닌 일상에서 발견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통하여 글을 전하고 있습니다. 단어에 대해서, 그 단어의 뜻에 대해서, 그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 그리고 그 단어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이죠. 이렇게 전하는 작가님의 글의 온도는 100℃까지는 높지 않은 느낌입니다. 오히려 40~60℃ 사이의 정도에서 사람들이 뜨겁다라는 느낌보다는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온도. 그 적당한 온도에서 작가님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도라는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따스한 조명 불빛에 위안을 느끼고, 김이 폴폴나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서 위안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모두에 온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그 온기가 그리울 때, 사진을 통해서, 음식을 통해서 그 온기를 느끼고, 그 온기 속에서 위안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온기가 모여서 우리 공동체도 조금 더 따뜻해지길. 그 온기 속에서 지친 이들도 따스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저의 온도는 몇℃나 되었을까 생각을 해보면서 오늘의 후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책을 읽으면서 마킹해두었던 이기주 작가님의 몇몇 문장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며 최종적으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의 온도도 작가님의 이야기와 함께 더 따뜻해지길, 그 온도로 인해서 여러분의 주변도 더욱 따스해지길 바래봅니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집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천천히 곱씹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문. 6 Page)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 서로에게 향한다. (19 Page)

 

탑을 만들 땐 묘한 틈을 주어야 한다. 탐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는다. 어디 탑만 그럴까.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다. 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20 Page)

 

그냥이라는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류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23 Page)

 

우린 사랑에 이끌리게 되면 황량한 사막에서 야자수라도 발견한 것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선다. 그 나무를, 상대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부리나케 달려간다. 그러나 둘만의 극적인 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서늘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내 발걸음은 '네'가 아니라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28 Page)

 

미안하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들 말인 것 같다. 사과가 뭘까. 도대체 그게 뭐기에 나이가 들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우리는 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을 승자가 아닌 패자로 간주하는 걸까. 사과를 뜻하는 단어 'apology'는 '그릇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의 담겨 있는 그리스어 'apologia'에서 유래했다. 얽힌 일을 처리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지닌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승리의 언어가 사과인 셈이다. 한자를 살펴보면 그 뜻이 더욱 분명해진다. 사과의 사는 본래 '변하다' 혹은 '끝나다'라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과는 '지난 과오'다. 지난 일을 끝내고 사태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행위가 사과인 것이다. (33 Page)

 

대지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 치고 사연 없는 이가 없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몸뚱아리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우주만한 크기의 사연 하나쯤은 가슴속 깊이 소중하게 간직한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다만 그러한 사정과 깨달음 너머에 들어줄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인 듯하다. 우리 마음속에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가슴에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있기 때문일까. (38 Page)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것이 참 많은 듯하다. (40 Page)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특별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힘 좀 내..." 하는 말만 해도 그렇다. 이런 멘트에 기운을 얻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힘낼 기력조차 없는 사람에게 "기운 내"라는 말처럼 공허한 것도 없다. (41 Page)

 

상대에 대한 앎이 빠져있는 위로는 되레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대의 감정을 찬찬히 느낀 다음, 슬픔을 달래줄 따뜻한 말을 조금 느린 박자로 꺼내도 늦지 않을 거라고 본다. (42 Page)

 

사람 성격은 사소한 데서 드러나는 법이다. (44 Page)

 

분주함에도 갈래가 있는듯하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한 경우가 있고, 핑계를 찾다 보니 분주할 때도 있다. (52 Page)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낙원을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 부른다. 낙원에 도달하려면 일단 떠나야 한다. 어떻게? 호기심이라는 배에 올라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수밖에 (58 Page)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59 Page)

 

사랑의 의미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할 사와 헤아림을 의미하는 한자 양량을 조합한 '사량'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가장 선호한다.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다가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71 Page)

 

눈물은 눈에만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눈물은 기억에도 있고, 마음에도 있다. (75 Page)

 

글을 쓰는 작업은 실패할 줄 알면서도 시도하는 과정.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찾아 나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만 그러할까. 지금 이 순간, 우린 저마다 대체할 수 없는 것을 찾지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 않나. (78 Page)

 

'프로'는 프로페셔널, 전문가의 준말로 그 어원적 뿌리는 '선언하는 고백'이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페시오(Professio)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남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나는 전문가입니다."라고 선언할 수 있어야, 그리고 그에 따른 실력과 책임감을 겸비해야 프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91 Page)

 

우리는 살면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수수께끼를 자주 직면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문제를 단숨에 풀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도, 효율적인 삶을 위한 마땅한 기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와 과정에 충실히 임하는 수밖에 없다. (100 Page)

 

슬픔이라는 흐릿한 거울은 기쁨이라는 투명한 유리보다 나를 솔직하게 비춰준다. 나를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102 Page)

 

우리는 새로운 걸 손에 넣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아간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무작정 부여잡기 위해 애쓸 때보다, 한때 곁에 머문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그것을 되찾을 때 우린 더 큰 보람을 느끼고 더 오랜 시간 삶의 풍요를 만끽한다. (130 Page)

 

여행은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답고 철학적인 여행은 그렇게 머무는 사이에 생겨나는 틈이다. - 폴 발레리 (144 page)

 

인간의 감정이 그렇고 관계가 그러한 듯하다. 돌이켜보면 날 누군가에게 데려간 것도, 언제나 도착이 아닌 과정이었다. 스침과 흩어짐이 날 그 사람에게 안내했던 것 같다. 여행길에 오른 사람은 언젠가는 여행의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황 인지도 모른다. (145 Pag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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