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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2-59. 아무튼 외국어 - 조지영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Herr.Kwak 2023. 10. 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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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아무튼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 외국어 방랑자의 마음은 쉽게 정박하기 어렵다

아무튼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외국어 방랑자이다. 외국어 배워보기라는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저자는 심지어 전혀 모르는 말도 독학을 한다. 책 한 권을 사다가 그냥 무작정 들여다보거나 오가는 출퇴근길에 괜히 들어보고 마는 식이다. 그것이 중국어로부터 시작되어, 아니 그 앞에는 일본어가 있었고, 그 후로 독일어나 스페인어로 이어지는 기묘한 방랑생활이 되었다. 관심은 많지만 열심히는 하지 않는 꾸준함, 습관적인 게으름 속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이 집요한 미련을 해부(?)하고자, 미지의 외국어가 어째서 나를 매혹시켰는지, 혹은 그 매혹이 문득문득 어떻게 다시 일상에서 발현되곤 하는지를 더듬는다.

 

- 작가 소개 - 

 

 

문학청년의 꿈을 품고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했으나 재능과 노력 어느 요건도 충족하지 못해 졸업 이후 일찌감치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택하여 오늘도 출퇴근에 매진하고 있다. 오래전 TV평론가 공모전에 당선되었던 추억이 있지만, 본방 사수가 어려운 관계로 활동은 전무하다. 연중 돈을 벌고 연휴에 돈을 쓰며 명절 피란을 단행하는 등 틈틈이 이국으로의 도피를 모색하다 연휴가 끝날 무렵 냉큼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하며 근속 일수를 늘려가고 있다. 귀국행 비행기에서 ‘이 나라 말을 배워서 다시 오자’ 다짐하면서.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외국어.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저는 외국어를 일상어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렇게 포스팅을 하거나 Frau와 집에서 이야기할 때를 제외하고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란 늘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겠다가도 알겠는 그런 것 같습니다. 독일어를 배우고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영어 단어들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소위 "돌이킬 수 없는 영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외국어 관련 책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과 어떻게 그렇게 외국어를 잘 할 수 있나 하는 궁금증 이 두 개의 마음이 공존하며 읽게 됩니다. 이번 책의 조지영 작가의 외국어는 저에게는 반가움 그 자체였습니다. 조지영 님에게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쩌면 취미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한 달 만에 그만두기도 하고, 몇 개의 언어를 단지 몇 년째 초급에만 머물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조지영 님이 만나게 될 많은 이야기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설렘과 감정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외국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서 돌아와서 다음에 또 그 나라에 가면 써먹어 보고 싶은 마음에 제3외국어를 배우기도 하는 조지영 님의 글을 만나면서, 저를 보는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굳이 여행을 떠나기 전이 아니라 돌아와서 언어를 배우는, 어쩌면 이런 뜬금없는 질척거림. 그것이 바로 외국어를 배우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만국 공통어로 통용되는 영어를 제외하면, 평소에는 사실 크게 쓸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하죠. 그래서 가끔 스스로가 한심해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누워서 유튜브나 보고 때우고 있을 시간을 조금은 가치 있게 쓰는 것 같아 묘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는 또 다른 언어를 배우는 시간. 참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작가는 "아무래도 이번 생에 외국어를 잘 할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자신을 보며 이런 뜬금없는 질척거림과 모르는 말에 대한 쓸데없는 동경이 자신의 지루한 일상을 버티게 해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조지영 님은 쓸일도 없을 것 같은 프랑스어를 기억해내려고 애쓰고, 뜬금없이 독일어 관사 der des dem den을 외우며 관사와 씨름을 해대고, 일본 드라마의 명대사를 일본어로 반복하고, 스페인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중국어 성조를 외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하나라도 제대로 된 우물을 파라며 핀잔을 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언어들을 배우며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조지영 님의 인생이 살아 숨 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많은 외국어 관련 책들이, 영어 초보 탈출, 외국어 통역사가 된 비결 등등 어떻게 하면 외국어 (특히 영어)를 더 잘 배울 수 있을까, 효과적으로 공부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배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요, 이 책은 외국어를 딱히 잘한다기 보다는 많은 언어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어 하는 조지영 님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외국어에 늘 막막해하면서도 또 한 번 배울 결심을 하는 바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아무튼 외국어"가 포함된 "아무튼 시리즈"는 처음 "아무튼 메모"라는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고, 현재 정확히 몇권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아무튼 시리즈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라는 질문을 통해서 시작되었다는 아무튼 시리즈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만약 어쩌다 시리즈의 한 작가가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해보았는데요, 아직은 명확히 저의 어쩌다 XX를 찾지 못했지만, 2023년 올해에는 조금 더 그 XX를 찾는데 한걸음 더 명확히 다가설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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