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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0-16.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Herr.Kwak 2023. 9. 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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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못생긴 여자라도 날 사랑해줄 건가요?"라는 원초적인 질문.

나조차도, 작가님도, 아니 수많은 혹은 모든 남자들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을 아내에게 듣고 쓰려고 마음먹었다는 이 소설은 한국의 외모지상주의에 큰 물결을 던지고 있다.

연재되던 소설을 모아서 내놓은 소설이라 때론 문단의 나눔과 줄 변화, 따옴표 없는 대화체 등에 의해서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하단에 적어놓은 많은 공감이 되던 화자와 요한의 대화 내용과, 소설에 극적 반전(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던 엔딩이 결국은 새드엔딩이었던)에 꽤나 괜찮은 소설로 머릿속에 남아있다.

 


 

여자의 경쟁력이 미모라는 말이 통용되고 미모는 커다란 무기가 되는 반면, 때론 커다란 상처가 되는.

생각해보면 미에는 기준이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미의 기준은 늘 변해 왔고 나라마다 지금도 미의 기준이 다를지언데 

예뻐지려는 여자들의 욕구와 예쁜 여자를 차지하려는 남자의 욕구는 언제나 끝이 없다.

말마따나 예쁘지 않다 (혹은 못생겼다)는 사회적 장애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낼 슬픈 굴레가 아닐까?

 

첫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백히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부끄럽기보다는 본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록 이에 대답할 수 없더라도 소설 속 그녀처럼,

이 때문에 상처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아야겠다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세상은 12시 좋을 울리지 않는다. 마법이 깨지는 순간 일곱 난쟁이와 신데렐라 모두를 잃게 되니까.
인간은 과연 성공적일까?
실패와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인간은 과연 달의 이면을 볼 수 있을까?
인간은 과연 스스로의 이면을 볼 수 있을까?
모든 비행은 고행이다.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여자든 남자든(그저 그렇다는 느낌이 드는, 좀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드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게 사랑이야.
삶이 고된 이유는, 이왕 태어났는데 저건 한번 타봐야지, 여기까지 살았는데 저 정도는 해봐야지, 그리고 긴긴 줄을 늘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다. 시시한 인간은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도록 미리 상상해 주는 거다.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하는 거다.
누군가를 사랑한 삶은 기적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삶도 기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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