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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3-55. 나란 무엇인가 - 히라노 게이치로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Herr.Kwak 2023. 12.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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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개인’에서 ‘분인’으로, 진정한 나를 만나고 사랑하는 법!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말하는 새로운 인간관
정체성과 관계의 위기를 겪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


개인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인간의 기초 단위이며 진정한 자신은 단 하나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나 상황에 따라 ‘가면을 쓰고 여러 가지 모습의 자신’을 연기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깔려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진정한 자신’은 단 하나라는 사고방식이 현재 우리들이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원인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모습 모두가 진정한 자신이라고 말한다.

 

- 작가 소개 -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 당시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예리한 시각과 전위적 기법으로 차세대 일본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쿠타가와 상의 대학 재학생의 수상은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후 23년 만의 일이었다.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신세대 작가인 그는 1998년 스물셋의 나이에 '일식'으로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할 당시 화려한 한문투 문체와 장대한 문학적 스케일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소설하면 흔히 떠올리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으로 많은 국내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밝은 문장으로 죽음을, 무거운 문체로 연애를 그릴 순 없냐는 그의 말에서 순문학 작가로의 포부와 자부심이 묻어난다.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 '금각사'라는 명작을 남긴 미시마 유키오(1925~1970)에 푹 빠져 지내면서 미시마가 책에서 조금이라도 언급한 작가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때 접한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 토마스만, 괴테 등이다. 어린 시절의 독서가 오늘날 그를 소설가로 성장하게 한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다. 교토 대학 법학부 입학하여 소크라테스에서 자크 데리다에 이르는 정치사상사를 공부했다. 문예창작과의 제도적인 문인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며, 정치사상사를 문학 공부와 병행하는 것이 작가적 성찰을 얻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문학 교육이 아닌 다른 경험으로부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흥미가 많은 그는 재즈 대담집을 발간하고 건축잡지의 책임편집을 맡는 등 문학 외적인 방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8년에는 모델 겸 디자이너인 하루나와 결혼했다. 이제는 등단 10년이 넘는 중견작가로, 1993년과 비교해 70% 정도로 규모가 줄어든 일본 순문학 시장에서 소설의 힘을 믿고 소설을 통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며, '공감'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자 한다.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의고체 문장으로 중세 유럽의 한 수도사가 겪는 신비한 체험을 그린 『일식』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일본 내에서 4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습니다. 책에 대해서도 익히 듣지 못했었고, 한마디로 작가와 책에 대해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책에서 종종 이러한 개념을 사용한 전작 소설 (XXX)라는 표현에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생각보다는 그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드는 책이었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작가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통해 일본 현대소설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는 (혹은 이미 각광받은) 작가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본인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혹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 그러한 일말의 고민을 품어보았을 자아에 관한 문제와 해석을 차분히 풀어가고 있습니다. 철학 에세이라는 소개답게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오랫동안 던져오면서 가진 자신의 대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의 중심에는 "분인", "분인주의"가 있습니다.

 

분인. 그리고 분인주의.

 

이 책을 읽기 전, 혹은 읽으면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개념이 바로 분인이라는 개념입니다. 많은 이들이 개인. Individual. 즉,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개체로 인식하는 개인에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개인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개인은 나눌 수 없지만, 개인의 인격은 나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몸과 마찬가지로 인격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개념이라고 생각해 오던 인격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일할 때의 나와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있을 때의 나. 교등학교 동창과 오랜만에 만나서 한잔 할 때의 나와 회식자리에서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물론 같은 사람이지만 말투나 표정, 그리고 태도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요?

 

이렇게 파고들어 작가가 내놓은 답은 "단 하나뿐인 진정한 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그 자리에서 드러나는 여러 얼굴 모두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운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나. 나 본연의 모습이 있고, 그 본연의 모습이 진정한 나고 그 이외의 모습은 그 상황에 맞춰진 부차적인 나의 모습이라고 하지만, 그 본연의 모습이 무엇일까가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개념입니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자신에게 드러난 나의 모습을 "진정한 나의 모습"이라고 주장하며 본질을 좋아한다면 어떨까요. 생각해 보니 저도 참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야, 그건 너답지 않아." "너답지 않게 요즘 왜이래?"

 

하지만 저답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길을 잃었습니다. 진정한 나의 모습은 없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싶다는 이상 속에 그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것이죠. 책을 읽은 지 벌써 2달이 다 되어갑니다만, (네, 늦게 쓰는 독서후기... 반성합니다;;;) 여전히 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는 변하지 않는 "진정한 나"는 어쩌면 없다고 주장하며, "진정한 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인 관계에 따른 다양한 모습의 내 모습 모두가 바로 "진정한 나"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더불어 그 진정한 나 하나하나가 바로 분인이며, 분인이 바로 하나의 인격인 것입니다. 한 명의 인간은 여러 분인의 네트워크이며, 거기에 ‘진정한 나’라는 중심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죠. 분인화는 상대와의 관계를 통해 시작되며, 상호작용 속에서 상대에게 영향을 받아 내 생각이 변하는 부분도 있고, 상대도 나로부터 영향을 받아 새로운 분인이 형성된다고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분인화의 3단계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범용성이 높은 사회적인 분인에서 시작하여 학교나 회사, 동아리 같은 그룹용 분인으로 보다 좁은 범위로 한정된되고, 이어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정 상대용 분인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인화 과정은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수와 크기도 제한이 없어 제각각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네, 조금은 난해하시죠? 저도 처음에는 어렵다가 이해가 되었는데, 그 이해의 폭이 좁다 보니 작가님의 의견을 전달하는 대해 무리가 좀 따르는 것 같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가 이 책에서 시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개인과 개인주의라는 개념의 해체라고 합니다. 인간의 기본 단위인 ‘나’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이자 현대사회에 대한 작가의 처방전이라고 말이죠. 

 

책의 말미에 그는 "한 인간 안의 분인끼리는 완전히 구분되고 분리되어 있을까, 아니면 서로 침투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요. 그의 질문 하나하나가 참으로 날카로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개인을 정수 1이라고 하면 분인은 분수라고 이야기하였지만, 그 분인 다시 말해, 그 분수를 모두 합치면 1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보류한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유로 분인끼리의 융합이라는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안의 분인에게는 융합 가능성이 있고, 의식 단계에서나 무의식 단계에서 분인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가님은 분인의 개념에 대해, 분인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분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분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작가님 본인이 만든 개념이기에 소위 말하는 "부캐" 혹은 "페르소나"와 같으면서도 비슷한 부분에서 혼동이 오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리고 그의 개념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그의 글을 읽고 그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분인"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인"을 통해서 어쩌면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진정한 나"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나 자신"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제가 이야기하는 모순이 모순이 아님을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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