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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2-56.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Herr.Kwak 2023. 10.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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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이렇게 슬프고도 좋을 줄이야!”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독자 요청 쇄도로 전격 종이책 출간


“책과 서점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깊이 있게 펼쳐진다.”(소설가 김금희 심사평)

서울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동네의 후미진 골목길.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은 가정집들 사이에 평범한 동네 서점 하나가 들어선다. 바로 휴남동 서점!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얼굴에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는 서점 주인 영주는 처음 몇 달간은 자신이 손님인 듯 일은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둘 되찾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소진되고 텅 빈 것만 같았던 내면의 느낌이 서서히 사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자신이 꽤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그 순간부터 휴남동 서점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된다. 사람이 모이고 감정이 모이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으로.

바리스타 민준, 로스팅 업체 대표 지미, 작가 승우, 단골손님 정서, 사는 게 재미없는 고등학생 민철과 그의 엄마 희주 등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휴남동 서점이라는 공간을 안식처로 삼아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고 있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가득한 책이다.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 등. 출간 즉시 전자책 TOP 10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많은 독자의 찬사를 받은 소설이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침내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 작가 소개 -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지은 책으로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등이 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흩어지는 기억들이 아쉽기도 하고, 무언가 나도 이렇게 읽고 있고, 다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서 인스타그램에서 도서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있습니다. 아직 좀 게으른 감이 있어서 리뷰를 써야 할 책들이 많지만, 저도 나름 꾸준히 쓰고 있고 말이죠ㅎㅎ 그렇게 저의 이야기를 전하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 이 책 저번에 다른 분도 읽으시던데?" "이 책이 요즘 인기가 많네?"하고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번 황보름 님의 책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라는 책도 그렇게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고 있다 보니 책을 접하기가 쉽지 않아서 자주 애용하고 있는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봤는데, 대기인수가 5명이 꽉 차 있어서 꽤 오래 기다려서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어쩌면 평범한 범인들보다도 더 조용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휴남동 서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책들이 자극적이고 신선한 소재,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고, 영상으로도 많이 나오는 요즘, 이렇게 조용하고 잔잔한 내용의 소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었일까요? 사실 그것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이 책에서 공감을 얻고 위로를 얻으며 찬사를 보내는가...

 

소설의 배경이 되는 휴남동 서점은 휴남동에 위치한 후미진 골목길에 들어선 평범한 동네 서정입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이 주를 이루는 요즘에도 많은 동네 서점이 남아있고, 그 작은 서점의 이야기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처럼 많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더 인기가 있었으려나요?ㅎㅎ 하지만 이 서점은 그렇게 반가운 마음에 들어오지만, 어딘가 우울하고 조용하고 맥없이 앉아서 책만 읽고 있는 주인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인공 영주가, 자주 울었고, 자주 슬퍼했고, 어딘가 한 구석이 비어있는 것처럼 공허했던 그녀가 어느샌가 울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건강해졌음을 깨닫고, 휴남동 서점을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비워진 책장을 채우고, 커피를 내려줄 바리스타도 채용하죠.

 

그렇게 휴남동 서점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한 민준. 로스팅 업체의 사장이자 영주의 둘도없는 영혼의 술친구이자 남편 때문에 화날 일이 끊이지 않는 지미, 사는 것에 흥미와 재미를 잃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고등학생 민철과 그런 아들이 걱정스럽지만 뒤에서 응원해주는 희주. 그리고 서점 구석에 조용히 앉아 뜨개질과 명상을 하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섬세한 정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어 문장 공부에 매달린 작가 승우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휴남동 서점은 한 번 들르고 잊힐 그런 서점이 아니라 또 한 번 오고 싶어 지고, 영원히 머무르고 싶게 하는 공간이 되어갑니다. 바로 이들의 이야기가 더해져서 말이죠.

 


 

주인공 영주부터 바리스타 민준, 그리고 정서, 민철, 희주, 지미, 승우까지. 이들은 여느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히어로처럼 멋진 주인공이 아니라 어쩌면 오늘 낮에 들렀던 카페에서 지나친,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마주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고, 그들의 사연도 누구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을 평범하지만 각자 다른 깊이로 그 사연들과 마주하고 있는 그런 사연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사연과 이야기, 그리고 그 상처를 이겨내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우리가 '어디선가 받았을, 어디선가 받을지도 모르는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희망을 발견하죠. 그게 바로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실제로 이런 휴남동 서점과 같은 작은 동네 서점이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게 되는 것 같은데요, 소소하지만 잔잔한 위로를 전해주는 휴남동 서점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그들의 상처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한번 더 돌아볼 수 있고, 또는 우리 옆에 있는 누군가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될지 모를 그런 책.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진짜 성공한 삶이라는 간단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었습니다.

 

오늘도 은도끼의 독서리뷰는 책에서 읽었던 글 중 필사를 해놓았던 구절들을 모아서 소개해드리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눈물의 이유는 과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영주는 어느 날 문득 자기가 더는 울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는 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자 홀가분했다. (9 Page)
그들이 떠나온 이유, 떠날 때의 심정, 떠날 때 필요했던 용기, 떠나고나서의 생활, 시간이 흐르고 나서의 감정 변화. 그들의 행복과 불행과 기쁨과 슬픔. 영주는 원할 때면 언제든 그 장소를 찾아가 그들 곁에 그녀 자신을 눕혔다. 누워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통해 영주를 다독여줬다. (15 Page)
영주에게 좋은 소설이란 기대를 넘어서는 곳까지 그녀를 데려가는 소설이다. (15 Page)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 답은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히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16 Page)
책은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이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27 Page)
영화를 보면서 민준은 단순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영화 속 인물들은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그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거였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등장인물의 선택에 있었다. 그렇다는 건 우리 삶 또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우리 삶을 이끄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우리의 선택인 것이 아닐까. (58 Page)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구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구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거라구요. (63 Page)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은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보려고요. 살다보면 그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요. 미리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결정하지 말라고요. (80 Page)
마른 우물에서 한번 일어나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는 생각해. 한번 그래보라는 거지.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 아무도 모르니까 한번 해보라는 거야. 궁금하잖아. 일어나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91 Page)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전 생애에 걸친 신뢰를 말해요. 화가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평생에 걸쳐 위대한 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위대한 화가가 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산 게 되는 거예요. (110 Page)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잡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 순간에 한 번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 노력만 하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행복이란 게 끔찍해졌다. 나의 혼 생을 단 하나의 성취를 위해 갈아 넣는 것이 너무 허무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110 Page)
우리는 무슨일을 하든 고민을 하게 될 거라는 거요. 서점을 안 하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고민은 생길 것이고, 또 그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고민을 하게 될 거라는 거요. 결국 이거예요.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고민을 할 것인가. 저는 아직까지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고민을 계속해보자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116 Page)
싫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불행할 수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복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129 Page)
답을 억지로 만들려다 보면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돼. 내 마음을 곡해하거나 속이게 되기도 하지. 그러니 그냥 솔직하게 써. 지금 고민하고 있지? 그럼 "나 지금 고민하고 있다."라고 쓰면 돼. (129 Page)
"글을 제대로 쓰려면 어떻게 해요?"
"솔직하게 쓰라고. 정성스럽게 쓰라고.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그렇게 쓴 글이 제대로 잘 쓴 글이야." (130 Page)
민준은 이제 그만 흔들리기로 했다. 흔들릴 때 흔들리기 싫으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으면 된다는 걸 배웠다.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고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기. 어디 내놓기에도 민망한 이런 평범한 생각이 민준에게 꽤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131 Page)
목표점을 낮우면 된다. 아니, 아예 목표점을 없애면 된다. 그 대신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민준은 최선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131 Page)
Carpe diem. 너만의 걸음을 찾아. 너만의 보폭, 너만의 속도, 너만의 방향, 네가 원하는 대로. (132 Page)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154 page)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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