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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1-16. 아무튼 메모 - 정혜윤

Herr.Kwak 2023. 9.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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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되묻는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덧붙인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것이라고. 『아무튼, 메모』는 메모는 삶을 위한 재료이자 예열 과정이라고 믿는 한 메모주의자의 기록으로, 비메모주의자가 메모주의자가 되고, 꿈이 현실로 부화하고, 쓴 대로 살 게 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장 안에서 더 용감해진 이야기이다.

 

- 작가 소개 - 

 



마술적 저널리즘을 꿈꾸는 라디오 피디. 세월호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 1, 재난참사 가족들과 함께 만든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 등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자살률의 비밀〉로 한국피디대상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불안〉,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 75년 동안의 고독〉 등의 작품들이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사생활의 천재들』,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그의 슬픔과 기쁨』, 『인생의 일요일들』, 『뜻밖의 좋은 일』, 『아무튼, 메모』 등이 있다.

 


 

안녕하세요, 책 읽는 남자 헤어곽입니다. 

오늘 헤어곽과 함께 읽어볼 책은요 정혜윤 님의 "아무튼 메모"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메모에 관한 내용인데요. 처음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왜 메모를 하게 되었는지, 메모의 장점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해서 라디오 PD였던 정혜윤 님의 시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44개로 이루어진 [아무튼 시리즈]의 28번째 내용으로 저는 E-Book으로 접하게 되었는데요, 페이지가 채 100장이 되지 않아서 내용은 그렇게 가볍게 훅훅 지나가지는 않았으나, 내용이 길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E-Book은 책장의 수가 많지 않은 책이 많기 때문에 독서를 이제 막 꾸준히 해야지 하고 계획을 하신 분이나,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 혹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있으신 분께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네요.

 


 

책에서 작가 정혜윤 PD는 한때 광적으로 메모에 집착을 했다고 합니다. 그 계기는 PD답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업이었는데, 낮에는 "이 좋은 글귀(혹은 이 말)를 적어둬야지."하고 생각했다가도 저녁에 노트를 펴고 앉으면 "어, 그 내용 뭐였지?"하고 고민하고 떠올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였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분명 낮에는 무언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기록해놓아야지 하다가도 막상 적으려고 하면 '그때 무슨 생각을 했더라?' 또는 떠오르더라도 그 당시의 감각이 살아나지 않기도 하고 뭐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 아닌가요?ㅎㅎ

 

그렇게 메모를 하기 시작한 그녀는 노트로 책장을 채울만큼 빼곡하게 적고 또 적었는데요, 자신의 기억, 감정, 그리고 어디선가 읽은 짧은 격언, 누군가에게 들었던 좋은 말. 떠오르는 아이디어 등 한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메모 방법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를 적으면 밑에 여분의 공간을 두고 다음 메모를 적는 것인데요. 그 공간은 다음에 그 내용을 보았을 때, 그때 떠오르는 또 다른 생각을 추가로 적어나가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모인 그녀의 생각과 아이디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높은 곳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죠. 이 방법 저는 참 좋다고 생각해요.

 

본문에서 그녀는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서 열심히 메모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생각은,

 

1. 나의 내일은 내가 무엇을 읽고 기억하려고 했느냐에 달려 있다.

2. 내가 밤에 한 메모,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3.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나의 메모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입니다. 그와 함께 노력하면 좀 더 나은 자신이 되리라 믿었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근거는 없지만 그녀에게는 메모가 그 자신감을 위한 매개체였고, 그녀의 자존감을 위해서 믿어야만 했던 그 자체였죠. 

 


 

또한 그녀는 노트별로노트 별로 이름을 적어놓았다고 하는데요, '모든 곳에서 사랑을 보자'노트, '반복과 변주'노트, '지옥 같은 세상의 천국 같은'노트 등 이름도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노트 제목은 '이제 눈곱을 떼자'노트였습니다.) 그 노트 별로 다른 생각으로 그때의 기록들을 적으면서 다시 읽으면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때의 나를 통해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때 내가 적었던, 혹은 포착했던 문장을 통해서 그때의 나를 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그녀안의 많은 세계와 그 세계 안의 이야기들을 메모노트를 통해서 다시금 만나고, 새롭게 접하고, 또 정리하고, 새롭게 만나며 그녀의 세계를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이겠죠.

 


 

그녀는 마지막으로 메모장이 꿈의 공간이면 좋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 안에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말이죠. 이어서 "메모를 한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의 메모장 안에서 인내심과 경이로운 순간들, 생각들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이 두 단어 '인내심'과 '경이로움'이 빚어낸 놀라운 이야기들이 함께하길 바라 마지않는다."라고 책의 말미에서 이야기합니다. 저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해집니다. 또한 저의 경이로운 순간들과 생각들은 무엇일지, 그리고 지금은 알 수 없겠지만, 지나온 나에게 그 순간과 생각은 무엇이었을지 그 또한 궁금해집니다.

 


 

포스팅의 마지막으로 글에서 읽었던 몇 줄의 문장을 옮겨봅니다.

 

"너도 별 수 없을걸!?" 내 꿈이 깨졌다고 해서 남의 용기를 뺏을 필요까지야 없을 텐데, 우리는 그렇게 한다. 참으로 우리를 보잘 것 없게 만드는 언어다.
우리는 아직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가능성을 알지도 못하고 바스러진다. 그러나 세상에 있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린다.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스러짐을 슬퍼한다. 수많은 것들이 우리가 해낼 수도 있었을 일을 아쉬워한다.
메모는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방식, 자신만의 질서를 잡아가는 방식이다. 메모는 미래를 살아가는 방식, 자신만의 천국을 알아가는 방식일 수도 있다.
마을 길이 미지의 도시로 이어지듯 메모장도 나를 더 넓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행복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놀라운 우여곡절 끝에 정직한 통로를 거쳐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그 정직한 통로라는 말이 얼마나 심오한 것인지 마음으로 알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길을 잃으면 메모장을 펼쳐보겠다. 메모를 하는 우리 마음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조약돌을 뿌리는 헨젤과 그레텔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달빛에 비친 조약돌을 우리를 가야 할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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