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독서노트/사회-정치-비평

[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2-49. 판사유감 - 문유석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Herr.Kwak 2023. 10. 11. 22:00
반응형

 


- 책 소개 - 

 


『판사유감』은 저자 문유석이 법관 게시판과 언론 등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국민과 법정 가운데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써 온 글들을 엮은 책이다. 1부에서는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재판을 통해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에 대한 생각을, 2부에서는 법원이라는 조직을 통해 깨달은 한국 사회의 단면과 판사 이전에 조직인인 판사의 입장을 담고 있다.

 

- 작가 소개 - 

 


소년 시절, 좋아하는 책과 음반을 쌓아놓고 홀로 섬에서 살고 싶다고 바랐을 정도로 책 읽기와 음악을 좋아했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며 2020년 법복을 벗고 사임했다. 책벌레 기질 탓인지 글쓰기도 좋아해 법관으로서, 한 시민으로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틈나는 대로 기록해왔다.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로 전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대본을 직접 맡아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쾌락독서』 『판사유감』이 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판사 유감. 제목 그대로 2020년까지 판사를 역임했던, 그것도 서울 중앙지법의 부장판사까지 역임했던 문유석 전 판사님의 이야기. 판사로서 자신이 겪었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펼쳐놓으면서, 판사도 사람임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로서 판결을 내려야 했던 일들. 그 뒤에 숨어있는 문유석 개인으로서의 이야기들까지 펼쳐놓았습니다. 

 

작가 소개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문유석 전 판사님, 아니 문유석 작가님은 어릴 적부터 책 읽기와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판사 시절에도 여러 책을 집필하였으며, 판사복을 벗은 이후 활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의견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출판사의 소개글의 서두인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으로 시작을 하고, 그 질문으로 또 마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판사라는 직은, 그리고 그 판사가 내리는 하나의 판결은 한 개인의 재산과 인생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간혹 잘못된 판결, 그리고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내린 판결 등으로 인한 이야기들이 들리지만, 그러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판사는 판결이 내리는 그 거대한 권한에 비해서 책임은 비교적 작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그들의 구조와 그들 어쩌면 특권층에 대한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로 책의 소개를 시작하였나 궁금하실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유석 작가님은 판사시절부터 이러한 이야기들을 사내 게시판에 칼럼처럼 내기도 하고, 그들의 문화와 특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렇기에 주목을 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 이 판사유감은 다른 책 보다 그의 천직이었던 판사직에 대한 이야기, 판사 시절 내렸던 판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판결에 대해서 판사로서가 아닌 인간 문유석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뒷이야기까지. 법관 게시판과 언론 등을 통해 십여 년간 써 내린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판사의 이야기이다 보니 어쩌면 시각에 따라서 정치색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넘어 "법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평등한가?" 혹은 "법 앞에서 모든 인간은 과연 평등한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판사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써내려간 그의 이야기는 자칫 차가워질 수 있는 판사의 시선에, 그리고 냉소적인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글 중에서 "죄와 죄인 이전에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라는 글이 인상깊었는데요, 사실 이 글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옹호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의견이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현대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문유석 작가님은 사람은 누구나 벼랑 끝에 서게 되는 순간이 온다며 그럴 때에 만나는 사람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이 벼랑 끝에 서게 되는 순간(판결을 받는 순간) 어쩌면 그 권한을 가진 강력한 존재가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을, 자신의 처지를, 자신의 의견을 이해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늘 언급하였듯, 판사라는 직업은 합리성과 공정성이라는 단어 앞에 먼저 서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그도 판사로서 판결은 하였지만, 그 이후에 그 사건이 계속해서 생각이 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살인제도와 양형 문제, 다문화정책, 진보와 보수로 대립되는 정치적인 이념까지.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문제들을 그가 직접 겪은 판례, 그리고 그 판결을 다루면서 어쩌면 쉽게, 그리고 이해가 될 수 있게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기보다는, "그래,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이 우선된다면 하는 생각이 참 와닿았습니다.

 


 

또한 판사로서의 어려움도 이야기를 하는데요, 밀물처럼 들어오는 업무량에 야근을 밥먹듯이 해야하는 업무강도는 물론이거니와, 피고와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 그 피고들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악인들이 그러하듯, 인간의 가장 어둡고, 가장 추악한 모습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법 앞에서 무력한 이들의 모습을 대하는 일이 심적으로도 쉽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들처럼 말이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냉철하면서 단호하게 범죄자들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의 말처럼 어쩌면 이러한 일상 속에서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신뢰감을 유지하며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띄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문유석 작가가 이 책의 제목을 판사유감이라고 정한 데에는, 본인의 경험을 통하여, 판사로서 재판을 하며 본인이 느낀 것들을 알려주는, 판사에게도 어쩔 수 없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는 의미인 판사유감(判事有感)과 더불어 국민들에 판사에 대하여 느끼는 아쉬움과 불만을 잘 알고 있음을, 그렇기에 이에 대하여 늘 고민하고 반성한다는 뜻으로 판사에 대한 유감의 의미인 판사유감(判事遺憾)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본인의 시각에서, 자신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왜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느냐의 의미만을 가진 것보다, 본인들의 어쩔 수 없는 잘못을, 그럼에도 국민들이 느낄 아쉬움과 불만을 알고 있음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참 의미 깊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판사라는 직업이, 판사라는 직을 수행하는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는 시간이 되길,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본인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든 판사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발전해야 할 부분에 있어서 곰곰이 숙고해보기를 바라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