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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1-01.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민병일

Herr.Kwak 2023. 9. 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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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소개 : 민병일 - 

[사진출처 : https://www.news1.kr/articles/?3121512]

서울 경복궁 옆 체부동에서 태어나 서촌에서 자란 그는, 독일의 로텐부르크 괴테 인스티투트를 거쳐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시각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대중 예술론과 미디어아트 등을 강의했으며, 동덕여대에서 겸임교수로 현대미술 등을 강의하였습니다. 시인으로 등단해 두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 한 권의 사진집과 한 권의 번역서를 펴냈습니다. 소설가 박완서와 티베트를 여행할 때 우연히 사진을 찍은 것을 계기로 티베트 여행기 『모독』(박완서 글, 민병일 사진)을 냈고, 독일 노르트 아르트 국제예술제에서 사진이 당선되어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초청 사진전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 선정위원장으로 일하였으며, 산문집 『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로 제7회 전숙희문학상(2017)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 고릿적 : 옛날의 때

- 몽블랑 만년필 :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만년필은 수공으로 만들며 펜촉은 18k의 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몽블랑의 심볼인 '몽블랑 스타'는 눈 덮인 몽블랑 산의 만년설을 상징하며 제품에 새겨진 '4810'은 몽블랑 산의 높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저자 민병일 작가가 동경에 이끌리듯 늦깍이 나이에 독일 로텐부르크와 함부르크 유학시절 만났던 오래된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 물건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를 만남으로써 또 다른 이야기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총 29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사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물건이 그 물건 자체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물건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하나의 오브제로써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독일 유학시절 고서점들과 LP가게는 물론이거니와, 주말마다 벼룩시장을 다니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벼룩시장은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이었고, 많은 이야기를 그에게 전해주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몽당연필, 필통, 단추, 램프와 시계, 그리고 유명 작가의 그림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그에게 전해주었고, 그를 만남으로써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될 수 있었습니다. 유명 작가의 그림에 매료되어 외상으로 다달이 갚으면서까지 구입한 것도 있지만, 어쩌면 남들은 왜 그걸 돈 주고 사냐 싶을 만큼 터무니없는, 오래된 필통, 단추, 몽당연필 들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 하나하나를 구입하면서 그는 그것을 파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 혹은 할머니에게 그것과 관계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안에는 그들의 삶이 녹아있었으며, 그들의 땀과 눈물, 그들의 청춘이 묻어있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사물은 그 본연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사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얼과 기가 깃들여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사람마다 남들이 볼 때에는 한낱 쓰레기나 잡동사니에 불가하지만, 자신에게는 둘도 없는 골동품이자 보물로 인지되기도 하죠.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몰랐던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예술을 전공하고 클래식에 매료되어 있는 그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미술품에 대한 이야기, 여러 클래식과 그것을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런 겨울날 밤에는 이런 음악이, 이런 가을의 새벽에는 이런 음악이 좋았다 하는 등, 그와 관련된 내용에서는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문외한이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나에게 의미가 있는 물건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독일로 오면서 많은 것들을 한국에 두고 왔지만 생각해보면 굳이 그것들을 매번 싸매고 이사를 다녔을까 싶은 것들이 있기도 하죠.

 

예를 들어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은 법정스님의 유명한 책이라는 단편적인 설명 외에도, 내가 그 책을 받았던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때는 닳도록 입고 다녔던 빨간 후드티는 10여년이 지나면서 소매가 다 헤지고 낡았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그런 옷이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물건들을 생각하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민병일 작가는 오래된 사물들을 보며 예술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굳이 예술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래된 사물들을 보며 그 추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추억을 들춰보는 것도, 다른 이의 추억을 엿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기를 쓰는 법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기에는 특정 양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기록에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추억을 기록하는 것 또한 그와 같다는 장진 영화감독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그렇게 추억은 개인적이니까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물론 민병일 작가가 만난 사물들처럼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도, 폼 나고 도도하지도 않겠지만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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