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
말語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 어떤 원인도 전조도 없이, 여자는 말語을 잃는다. 그것이 처음 왔던 것은 열일곱 살 겨울.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술을 다시 달싹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 시간은 다시 흘렀다. 이혼을 하고, 아홉 살 난 아이의 양육권도 빼앗기고, 다시 그렇게 말을 잃어버린 후, 일상의 모든 것들을 다 놓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가 선택한 것은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 그곳에서 만난 희랍어 강사와 여자는 서로의 앞에 침묵을 놓고 더듬더듬 대화한다. 가족들을 모두 독일에 두고 십수 년 만에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남자. 남자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볼 수 없다던 마흔이 가까워오지만 아마 일이 년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 여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지만 여자의 단단한 침묵과 마주하자 두려움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선 본 적 없는 지독한 침묵. 그리고 점점 소멸해가는 남자의 미약한 빛. 이 어스름이 완전한 밤으로 이어지는 걸까. 『희랍어 시간』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떤 기미를 발견하고 흔적을 더듬는 일이다. 그리고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 기미와 흔적들은 어두운 암실, 정착액 속의 사진이 점점 선명하게 상을 만들어내듯 어느 순간 고대문자처럼 오래고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시간과,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현재진행형의 시간까지를 포함한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존재하던 것들, 그 기미와 흔적들, 영원과도 같은 어떤 찰나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어떤 한 장면을 소설을 통해 목격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926713> |
-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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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926713> |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책의 소개글에 나와 있는 "2024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짧은 문장. 이 소개글은 책을 읽기 전에도,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소개글로 남아있습니다. 대신 저에게는 책의 마지막에도 작가님이 이야기 한 그 소개글. " 이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입니다."라는 이 소개글이 저에게는 더 와닿았습니다.
네, 또 돌아왔습니다. 올해 읽은 책 후기 중 가장 어려웠던 작가님의 이야기. 그리고 언제나 어려울 작가님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도 쓰기 어려워 썼다 지웠다를 몇 번씩 반복하고 있는 그 책입니다.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작가님의 책입니다. 그 수상의 무게가 너무도 커서 어쩌면 "감히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에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저 책을 좋아하는 "한 독자가 끄적이는 하나의 후기일 테니"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천천히 써봅니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어떤 한 여자가 어떤 한 남자를 알아가는 이야기, 어떤 한 남자가 어떤 한 여자를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너무나도 조용한 남녀가 만나는 이야기이죠.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 그 상실감 속에서 조용하게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그 조용함과 적막함 속에 작가님의 글에는 여전히 섬세함이 가득합니다. 특히 다른 글들보다 그 섬세함이 더 눈에 띈 책인 것 같습니다.
먼저 "말을 잃어가는 여자"를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원인도, 어떤 전조도 없이 말을 잃어가는 여자에게 열일곱. 낯선 외국어 한 마디가, 한 개의 불어 단어가 그녀의 입술을 달싹이게 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입술을 잃은 단어들, 이뿌리와 혀를 잃은 단어들, 목수멍과 숨을 잃은 단어들이 가득한데요, 그런 그녀에게 잊혀 가는 언어인 "희랍어"는 본인을 닮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여기 "눈을 잃어가는 남자"가 있습니다. 가족들을 모두 독일에 두고 혼자 고향인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치는 강사인 남자는 자신의 눈과 마찬가지로 말을 하지도 않는, 웃지도 않는 여자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낍니다. 그 감정은 호기심일 수도 있고, 동질감일 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는 본 적이 없는 지독한 침묵. 그 속에서 점점 잃어가는 본인의 비약한 빛이 겹쳐진 것일까요?
이런 두 사람이 일련의 사건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야기를 나눈다기보다는 남자는 말하고 여자는 듣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태연하게 내 혀와 이와 목구멍으로 발음된 모든 음운들에 공포를 느껴요. 내 목소리가 퍼져나가는 공간의 침묵에 공포를 느껴요. 한번 퍼져나가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단어들, 나보다 많은 걸 알고 있는 단어들에 공포를 느껴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 한 마디 문장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미약한 실로 연결해 주는 문장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저의 독해력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왜 그들은 희랍어를 배웠고, 배우고 있을까?"였습니다. 다시 말해, 그 많은 언어들 중 "왜 하필 희랍어였을까?"인데요.
단순히 사라져 간다라는 공통점일까요? 잊히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표현한 것일까요? 그 고통을 표현한 것일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 다른 의미로 "희랍어"를 이해하신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를 바라봅니다!!
더불어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글의 표현은 책의 말미에 두 남녀가 입을 맞춘 후에 " 눈을 뜨지 않은 채 그는 입 맞춘다. 축축한 귀밑머리에, 눈썹에, 먼 곳에서 들리는 희미한 대답처럼, 그녀의 차가운 손끝이 그의 눈썹을 스쳤다 사라진다. 그의 차디찬 귓바퀴에, 눈가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흉터에 닿았다 사라진다. 소리 없이, 먼 곳에서 흑점들이 폭발한다. 맞닿은 심장들, 맞닿은 입술들이 영원히 어긋난다."라는 문장입니다.
왜 "어긋난다"가 된 것일까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만난 두 남녀의 입맞춤의 끝에 왜 그 입술들은 영원히 어긋나게 되는 걸까요?
아직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저의 후기는 이렇게 질문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번 책은 어쩐지 저보다 책 속에서 더 많은 의미를 발견한 분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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