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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4-037. 내 차 타고 세계여행 - 김상억 (러시아 횡단 편)

Herr.Kwak 2024. 8. 1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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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시베리아의 차가운 땅 너머 인간의 모습을 한 러시아의 진면목을 발견하다!

평범한 차로 간 유라시아 대륙 여행, 그 첫 번째 이야기 「러시아 횡단 편」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병원과 집을 오가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22년 치 휴가를 한번에 쓰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그길로 핸들을 꺾어 유럽으로 향했고 347일간 68,683㎞, 33개국을 누볐다. 11살짜리 아들은 한 학년을 미룬 채 이 길에 동행했다. 직장도 학교도 멈춰두고 떠난 여행에서 이들은 세계를 품고 돌아왔다.
이 책은 그 이야기의 첫 권으로, 여행 초반 60일 동안 여행한 러시아 대륙 횡단의 이야기이다.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차가운 땅 시베리아의 나라라는 편견을 품고 시작한 여행은 러시아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이 실제로 마주친 것은 러시아 정교회 안의 고요한 기도자들, 우연히 들른 러시아 민가의 들꽃 핀 텃밭과 서글서글한 사람들이었다. 머릿속 차갑기만 하던 러시아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했던 과정부터 러시아-핀란드 국경을 넘는 순간까지 다룬 이번 편은 실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차를 일시수출하는 방법부터 영문 번호판을 만드는 법, 과속하다 경찰에게 걸렸을 때의 대처법까지 흔치 않은 정보이기에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구체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떠날 수 있는 용기뿐이다.

 

- 작가 소개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갈 데가 너무 많아서 22년 치 휴가를 미리 당겨서 써 버렸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운전이나 차를 좋아할 것 같겠지만,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가고 싶은 데 가서 서고, 보고 싶은 데 보기에 편하기 때문에 여행을 나가면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저 산 뒤에는 뭐가 있을까, 저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나아가 하늘에 저 별은 얼마나 먼가, 저 별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을까, 어떤 사회가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등에 관심이 많아서 한때는 천문학자가 되려 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 안 된 건 다행인 것 같다. 여행 후 네이버 카페 ‘내차 타고 세계여행’을 운영 중이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책 서두에서 저자가 이야기를 한 그대로, 딱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도 책을 쓰면서 한 생각, 저도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 바로 '이렇게도 책을 쓸 수 있구나.'였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책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여행책이라는 개념에서 길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요? 제 기준에서 여행책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여행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과, 여행을 통해 그 안에서 느낀 개인의 생각을 전해주는 여행 에세이가 바로 그 두 종류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든 생각은, 이 책을 '둘 중 어느 결에 두어야 할까?'였습니다.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기에도 뭔가 좀 체계적이지 않은 느낌, 그렇다고 여행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에세이적인 느낌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일기"였습니다. 차를 타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일기였습니다. 저자는 아들과 함께 약 1년간 대략 7만 km를 달리며 33개국을 누볐다고 하는데요, 이 책은 그 세계여행의 초반부 이야기였습니다. 광활한 러시아를 횡단하는 이야기였죠. 러시아라고 하면, 그리고 러시아 횡단이라고 하면 "러시아 횡단열차"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저에게 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용기처럼 느껴졌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로 저자의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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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참 용기 있고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바로 세 가지 였습니다. 그중 한 가지는 앞서 이야기를 했던 러시아를 차를 타고 횡단한다는 용기였는데요, 두 번째는 바로 그 횡단을 "11살짜리 아들"과 함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아들은 진학을 한 학년을 미루기까지 하고 말이죠. 전형적인 교육의 결에서 벗어나, 아들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그 용기가 대단했고, 불확실성이 많을 어린 아들과의 여행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그 용기가 또 한 번 대단했습니다.

 

그럼 바로 세 번째 대단함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용기"와 "결단"에 관한 대단함을 느꼈다면, 세 번째는 결을 조금 달리해서 "꾸준함"의 대단함이었습니다. 이렇게 여행책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꾸준하게 기록을 하고 정리를 했을지, 그것도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세계여행 내내 해왔을지가 느껴지면서 그 힘들고 고난하고 다사다난했을 여행 중에 꾸준하게 정리를 해서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작성한 글을 보면, 며칠씩 몰아서 쓴 것이 아니라 그날 바로 기록을 하지 않았다면 쉽게 나오지 못할 만한 내용들이, 아주 사소한 내용들이 가득했습니다. 그 사소함 때문에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여행 일기라는 느낌이 든다고도 이야기를 했지만, 역으로 생각을 해보면 그 일기를 써온 꾸준함에 박수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 책은 어쩌면 어중간합니다. 심금을 울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묵묵함과 인내로 보내온 그 여행의 시간들이 눈에 훤하게 보였던 일기였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 없는 책이 있다고 하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오늘의 짧은 후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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