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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3-5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Herr.Kwak 2023. 12. 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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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
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경이로운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수많은 찬사를 받은 화제의 베스트셀러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질문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관계들”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이 책이 놀라운 영감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해줄 것이다.

 

- 작가 소개 -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로, 15년 넘게 미국공영라디오방송국(NPR)에서 일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NPR의 〈인비저빌리아(Invisibilia)〉의 공동 기획자이고, 뉴욕공영라디오방송국(WNYC)의 〈라디오랩(Radiolab)〉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으며, 《뉴요커》, 《VQR》, 《오리온》, 《일렉트릭 리터리처(Electric Literature)》, 《캐터펄트(Catapult)》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다.
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험프백락(블루리지산맥의 험프백산 정상 부근에 있는 녹암 노두)이다.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으로,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삶에 관한 우화처럼 읽히는 경이로운 책이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인터넷상에는 많은 독서모임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독서 오픈채팅방들이 생겨났습니다. 저도 냥독방이라는 오픈채팅방을 지나 지금은 소소책방이라는 오픈채팅방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빡독이라는 오픈채팅방을 통해서 매달 한 권씩 함께 책을 읽으며 온라인 독서모임과 토론을 하는 등 즐거운 독서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들에서 작년부터 추천 도서 목록, 혹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면 하는 도서의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던 책이 바로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는데요, 작년부터 책의 제목을 들어보았고 추천을 받았음에도, 미루고 미루고 올해의 절반이 흐른 시점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자연과학, 세분화해서는 생명과학, 더 정확히는 생물학이라고 구분되어 있는 이 책은 어쩌면 소설 같기도 하고, 어쩌면 에세이 같기도 한 책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이 책을 과연 어느 카테고리에 두고 이해를 해야 할지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했을 정도로 말이죠.

 

이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19세기에 실존했던 어류 분류학자의 삶을 논픽션으로 다뤄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일대기를 소설의 형태를 빌어서 써내려갔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이 책은 위인전인 것일까요 소설일까요? 소개글에 따르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은 혼돈에 항복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알려진 어류 중 1/5의 이름을 붙여주었을 정도로 관련 학계에서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인물이었죠. 

 

어쩌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스타 조던의 이야기는 1873년 페니키스 섬에 도착한 데이비드를 만나면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바로 그 시점이 그의 인생이 달라져 가는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의 스승 아가시를 따라 '보이는 것에 담긴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죠. 그리고 점점 과도한 자신의 과학 질서에 함몰되어 갑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이 깨지기 시작한 데이비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토록 생명에는 위계가 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어류 분류학이라는 자신의 분야에서 어쩌면 신처럼 자신만의 질서를 확립해 나갔고, 학계를 주름잡았죠. 그리고 결국 그는 우생학 신봉자가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결국 그의 어류 분류법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는데요, 그가 그렇게 주장했던 '생명의 위계'가 왜 잘못된 것인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통해, 자신의 일생을 다 바쳐 생명의 위계와 자신만의 질서확립에 온 힘을 쏟았지만 결국 평생의 연구 결과가 아무것도 아니게 된 그를 통해 우리는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자가당착의 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결국 모든 것이 헛되게 되어버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 가장 중요하면서도 간단한 "어류"라는 오류를 벗어나는 것이 어려웠던 스타 조던을 통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은 단순히 과학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오류들을 만나고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혼돈 속에서 흔들리고 자리를 잡겠죠. 그리고 그것이 오류로 밝혀진다면 인정하고 수긍해야겠죠. 때문에 모든 것들에 있어서 늘 신중해야겠죠. 어쩌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이러한 다름과 인정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 상실,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대한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처럼 숨어 있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책의 2/3을 읽을때까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전 세계 전체 어종의 1/5을 자신이 명명했을 정도로 자신의 전 삶을 바쳐 노력을 기울였는데 갑자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으로 책은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은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는데요,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단어 아래 전부 몰아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다시 말해, 조류도, 포유류도, 양서류도 존재하지만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삶 전체를 통틀어서 허무했던 것은 바로 이런 발견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업적 덕에 가능했다는 아이러니일 것입니다. 결국 데이비드 스타 조던 본인은 제 손으로 쌓아 올린 세계를 제 손으로 직접 무너뜨린 셈입니다. 

 

네, 결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과학서로 구분되어 있지만 인문학 서적처럼 느껴지는 이 책은 결국 단순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앞서서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의심하고 신중해라"는 메세지를 책에서 전달한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결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전 생애를 다 바친 결론이 사실이 아님을 검증함으로써, "겸손하자. 고집을 버리자."라는 메세지를 전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옳더라도 내일은 틀릴 수 있다.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라는 사실을 언제나 유념하고 자만하지 말아라. 모든 것들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 조심하자."

 

마지막으로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이 메세지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하기 위해 저자가 만들었던 스토리텔링,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하게 이어온 빌드업. 마지막의 반전을 위한 수많은 이야기들. 바로 그 스토리가 룰루 밀러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더 가치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책 후기를 작성하는 것은 꽤나 어려웠습니다. 도통 종잡을 수 없고, 분류하기가 어려운 책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는 유독이나 더,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책을 읽고 어떠한 느낌을 받으셨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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