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곽의 도서관/소설-시-희곡

[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6-015.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미순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Herr.Kwak 2026. 4. 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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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엄마, 이렇게밖에 못 해줘서 정말 미안해요.”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이들의 벼랑 끝 선택
진창과 폐허에서도 한 줌 빛을 찾아내는 희망의 기술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오수완),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고요한) 등 매해 걸출한 장편소설을 배출해온 세계문학상, 그 열아홉 번째 수상작인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 출간되었다.

185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이 작품은,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연대하여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잔혹하고도 따뜻한 이야기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최원식, 강영숙, 박혜진, 은희경, 정유정, 정홍수, 하성란)은 “병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돌볼 수조차 없는 두 이웃의 비극을 그리는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현대적 계승인 동시에 비관적 세계에 가하는 희망의 반격”이라며 “끔찍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이 서슬 퍼렇고 온기 나는 작품을 올해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는 50대 명주와 뇌졸중 아버지를 돌보는 20대 준성은 잇따르는 불운과 가혹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예기치 못한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자 그 죽음을 은폐, 유예한다. 막다른 길에서 그들이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 절박한 선택의 과정을 작가는 정교하고 치밀하게 그리며 끝내 설득력 있는 희망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8785110>

 

 

-작가 소개 - 

 


201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첫 소설집 『고양이 버스』를 펴냈다. 2023년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으로 제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8785110>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돌봄과 간병은 이제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그 시간 모두를 건강하게 보내지는 못합니다. 질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그 이후의 삶은 개인이 아닌 가족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간병 파산, 간병 실직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지금,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희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직접 간병을 해본 경험은 없지만, 아흔이 넘은 할머니를 오랫동안 집에서 모신 어머니의 시간을 가까이에서 보아왔습니다. 모든 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 고됨과 눈물은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문미순 작가 또한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간병하며 돌봄의 현실을 몸으로 겪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단단하게 다가옵니다.

 

이제 책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2명의 주인공, 바로 명주와 준성입니다. 명주는 1년 반 전 치매가 심해진 엄마가 있고, 준성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뇌졸중과 알콜성 치매가 있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명주는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엄마의 임대아파트로 들어왔는데요, 이혼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고 발에 화상을 입은 후 그 후유증으로 일을 구할 수 없는 본인의 사정도 더해집니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살며 100만 원 남짓한 엄마의 연금에 의지하며 살아가던 명주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본인의 삶도 끝내려 자살을 기도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엄마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단분간 엄마의 연금으로 살아가려고 하죠. 그러다 옆집 청년 준성과 마주칩니다.

 

준성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스물여섯의 청년인데요, 물리치료사가 되어 병원에서 근무하는 꿈을 꾸지만,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 매번 시험에서 낙방을 하고 말죠. 그럼에도 아버지를 매일 운동시키고 살림에 대리운전까지 뛰며 밤낮으로 불철주야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그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그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몰래 술을 사 마시는 아버지에게 절망하게 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에 불이 나 아버지가 화상을 입고, 준성은 대리운전 중 외제차에 손상을 내 거액의 수리비를 떠 앉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목욕 중 실수로 아버지를 놓쳐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손에 피를 묻히고 뛰쳐나온 준성은 옆집의 명주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마주한 명주와 준성. 명주는 준성을 급히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평소 준성을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에 그를 위한 최선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죠. 준성은, 그 착하고 성실했던 청년 준성은 경찰 조사와 재판을 받고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폐인처럼 살게 될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여기에서 명주는 준성에게 크나 큰 제안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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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들의 삶을, 그들의 삶의 밑바닥을 보게 됩니다. 빠져 나오려 할수록 더 깊이 빠져버리는 늪과 같은 그들의 삶은 독자들을 숨 막히게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적한 늪의 느낌이 없습니다. 오히려 흐린 겨울날이 끝나갈 무렵 마주하는 봄의 햇살이 떠오릅니다. 사실 명주와 준성의 삶의 토대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여느 소설에서 보는 주인공들의 삶인 것처럼 말이죠.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방이 떠오르고, 끈적하게 달라 붇는 장판이 떠오르는 그런 삶 말이죠. 하지만 저는 왜 봄의 햇살을 떠올렸을까요? 소설의 끝에 준성과 명주의 삶은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하든 저러하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미래를 다시 한번 그려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 햇살을 떠올린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방식이 법의 테두리를 어긋나있지만, 저는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들에게 돌을 던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삶을 채우고 있는 "극한 상황"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현실은 매일매일 오히려 악화되고,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삶. 특히 준성의 경우 아직 20대 중반의 청년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세상의 어두움만을 경험하였으면서도, 이겨내려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봄의 햇살. 제가 이 햇살을 떠올린 것은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겨울을 지나온" 그들에게 이제 봄의 햇살이 비출 것임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극한으로 내몰리는 상황 속에서 역설적으로 그들은 인간적인 공동체를 만나고, 삶의 온기를, 사회의 온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명주와 준성은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한 발씩 떼어 나갑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극의 마지막에, 준성과 명주가 트럭을 타고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모습은, 겨울의 고난을 지나 온기 가득한 봄의 계절로 진입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눈은 차갑지만 따뜻했습니다.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엄마의 고향으로 돌아간 명주는 고즈넉한 엄마의 고향에서 어떻게 지냈을까요? 준성은 물리치료가 시험에 붙었을까요? 물리치료사가 되어 사회로 첫 발을 내디뎠을까요?

 

저는 부디 그들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했기를 바랍니다. 떵떵거리지는 못하더라도, 웃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를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인생과 싸워야 하지만, 꿈을 꿀 수 있는 미래이기를 바라며. 지금 돌봄과 간병에 지쳐있는 누군가에게 그런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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