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5-012. 저주토끼 - 정보라
- 책 소개 -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선정작 정보라 소설집 『저주토끼』 전면 개정판 출간 표제작 〈저주토끼〉의 최초 창작 버전 복원 문장과 표현 등 작품 전반에 걸쳐 수정 보완 작업 2022년 한국 소설장에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소설가 정보라의 호러/SF/판타지 소설집 『저주토끼』가 래빗홀에서 전면 개정판을 선보인다. ‘만두 파동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표제작 〈저주토끼〉는 날카로운 분노를 생생하게 살리고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의 맥락이 선명히 드러나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을 충실히 반영하여 결말 부분 일부를 최초 창작 버전으로 복원하였다. 또한 수록작 전반에 걸쳐 외국어 표기, 인물 간 대사와 말투, 그리고 일부 혼재되었던 명칭이나 부정확한 표현 등을 수정 보완했다. 정보라의 소설은 ‘예쁘지 않다’. 수록작 10편은 각각 거친, 미친, 기기괴괴한 면면을 가지고 있다. 욕망하고 배반하며,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타인에게 살의를 보이는 악다구니들이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묘한 쾌감과 위로에 가닿게 된다. 『저주토끼』는 냉혹한 현실과 기괴한 환상을 자유자재로 겹쳐, 독자들을 익숙한 일상 속 낯선 공간으로 초대한다. |
- 작가 소개 -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너의 유토피아』는 영문판이 2024년 발간된 이래, 2024년 미국 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25년 1월 현재 필립 K. 딕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작은 종말』,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에세이 『아무튼, 데모』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이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어둡고 마술적인 이야기,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맞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사랑한다. |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이 그 이전에 먼저 수상했던 그 상. 그래서 저에게는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나름 익숙한 그 상. 바로 부커상인데요, 2016년 채식주의자로 한강 작가님이 수상한 이후 2018년 한번 더 한강 작가님이 후보에 올랐고, 2022년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던, 한국 작가 중 몇 안 되는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님이 바로 이 소설의 작가인 정보라 작가님인데요, 당시 정보라 작가님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려놓은 작품이 바로 이 책, 저주토끼입니다.
"저주"라는 말은 무언가 으스스하면서도 그 단어가 주는 힘이 있는데요, 미스터리 하면 저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어릴 적에는 미스터리 작품이나 "링"같은 호러소설을 좋아라 했었는데요, 언제부턴가 그런 소설을 읽고 나면 뭔가 좀 께름찍하고 찝찝한 기분이 남아서 좀 기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았는데요, 이 책은 "저주"라는 매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가지만 무언가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어쩌면 익숙한 것들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거기에 여러 민담과 설화, 동화, 전설의 형식을 차용한 정보라의 이야기는 마치 어린 시절 즐겨 듣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오싹하지만 멈출 수 없는 강렬을 전하고 있는데요. 이 책은 "저주토끼" 하나의 소설이 아니라, 10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는 단편소설집입니다. 책의 제목인 "저주토끼"를 시작으로 총 10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제목으로 쓸 만큼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저주토끼이기에 저주토끼도 기억에 많이 남고, 두 번째 작품인 "머리"도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은 한 인터뷰에서 "저주"에 대해서, 이것은 복수라기보다는 작용과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전하고 있는데요, 인간이 행하는 모든 작용에는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언제나 반드시 수반될 것이라며, 그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인터뷰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정보라 님의 10개 단편소설은 단순히 호러소설을 넘어서 무언가 메시지를 주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소설로서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단편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과 외로운 사람들을, 그리고 사람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때문에 마냥 여느 호러소설을 읽는 것처럼 그저 흥미롭게 읽어나가지는 못했습니다. 소설의 숨은 뜻, 혹은 작가님이 이 소설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정확히는 캐치할 수 없었지만, 그 비슷한 생각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재미없었다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더불어 이 책은 장르분류에서 소설, 그 안에서 장르소설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요, 제목을 본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겠지만 호러, 미스터리 작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류의 작품을 잘 보거나 읽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생각보다 잔인하거나 표현이 거칠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장면이 떠오르면서 뇌리에 오래 남는 느낌을 저는 받았습니다. 이 책의 출판사 래빗홀도 책의 소개에 있어서 "정보라의 소설은 예쁘지 않고, 수록작 10편은 각각 거친, 미친, 기기괴괴한 면면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하고 있는데요, 소개글 중에 이 문장이 가장 이 책을 잘 표현하는 한 줄이라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인터뷰에서 정보라 님은 저주에 대해서 이는 복수라기보다는 작용과 만작용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각각의 작품들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게 귀결되지는 않지만 복수를 위한 저주는 결국 저주를 내린 사람에게 되돌아오는 것처럼, 복수는 돌고 돌아서 결국 되돌아온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찜찜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이 이것과 결을 같이 하지 않는가 싶기도 합니다.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 호러 소설을 넘어서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는 책. 여러분께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