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5-001.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 책 소개 -
“엄마가 이제 내 곁에 없는데 내가 한국인일 수 있을까?” 세계를 사로잡은 신예 록 뮤지션의 가족, 음식, 슬픔과 사랑에 관한 강렬한 이야기 미 전역을 사로잡은 화제의 베스트셀러 『H마트에서 울다』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자우너의 뭉클한 성장기를 담은 에세이다. 출간 즉시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2021년 뉴욕 타임스, NPR 같은 유수의 언론매체와 아마존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버락 오바마 추천도서에 꼽히기도 했다. “우리 엄마만 왜 이래?” 여느 미국 엄마들과는 다른 자신의 한국인 엄마를 이해할 수 없던 딸은 뮤지션의 길을 걸으며 엄마와 점점 더 멀어지는데…… 작가가 25세 때 엄마는 급작스레 암에 걸리고 투병 끝에 죽음에 이르고 만다. 어렸을 적부터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준 엄마를 떠나보내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희미해져감을 느끼던 어느 날, 작가는 한인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다 엄마와의 생생한 추억을 되찾는데, 『H마트에서 울다』는 그로부터 얻은 위안과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해 담담하게 적어나간 섬세하고 감동적인 에세이다. |
-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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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슈게이징 스타일 음악을 하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다. 2016년 1집 〈저승사자Psychopomp〉로 데뷔했으며, 2017년 2집 〈다른 행성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는 『롤링스톤』 올해의 앨범 50에 선정됐다. 2021년 3집 〈주빌리Jubilee〉가 빌보드 2021 상반기 최고 앨범 50에 선정되며 전 세계 주요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활발히 투어 공연을 하고 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두 번 올랐으며, 『H마트에서 울다』는 뉴욕 타임스에서 29주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엄마"라는 단어는 읽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울컥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셸 자우너의 이 이야기는 엄마에 관한 그녀의 에세이입니다. 그렇기에 내용을 모르더라도 왠지 모르게 이미 울컥하게 되는데요, H마트. 엄마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H마트에서 우는 그녀의 모습. 그녀는 왜 엄마를 추억하면서 H마트에서 한국 식료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요.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그녀의 이야기로, 그리고 그녀의 엄마의 이야기로 함께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H마트는 미국에서 유명한 아시아 식재료를 파는 대형 식료품 할인점입니다. "한아름"의 알파벳 첫 단어인 H를 따서 만들어진 H마트는 한아름마트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미국 14개 주 70여곳에 있는 H마트는 각종 식재료, 식자재, 간식거리 등 소위 없는 게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먹거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저처럼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에야 온라인 마트들도 잘 구성이 되어 있고,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집에서 택배를 받아볼 수 있다지만 예전에는 그야말로 보물창고 그 자체였을 것 같은데요, 그렇기에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각자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을 안고, 그 추억을 다시 찾기 위하여 이곳을 방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초반, 엄마를 잃고 H마트를 찾은 미셸은 냉동식품 코너에서 만두피 한 덩이를 집으들고 코너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의 계란장조림이 떠오르고, 동치미 맛이 떠오르고, 엄마와 둘이서 만들던 만두가 떠올랐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이제 전화를 걸어서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한 걸까?'하고 말이죠. 이민 2세대, 혹은 1.5세대라면 충분히 할법한, 그리고 한쪽만 한국인 부모를 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자문인 것 같습니다. 저희도 독한 부부가 아니라 한인 부부이지만 독일에서 지내면서 독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훗날 아이도 독일에서 자라면서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며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미셸은 H마트에서 엄마를 떠올리며, 누구보다 애틋했지만 때로는 애증의 관계였던 엄마를 떠올리며 무너지기도 했다가, 이곳에서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고 일상을 살아갈 힘을 회복해 나가기도 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미셸과 그녀의 엄마 사이는 이 세상 모든 모녀가 그렇듯 누구보다 애틋했지만 애증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한 살짜리 미셸을 데리고 한국인이라고는 일도 없었던 시절 미국 오리건주의 유진으로 이민을 온 그녀의 엄마는 (제 생각에는) 그녀가 어디에서도 기죽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내심 담아 엄하게 그녀를 키웠습니다. 그녀 주변 친구들의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엄마는 그렇지 않아 보였죠. 그저 딸을 최상의 버전으로 키우기 위해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 다른 엄마들과는 다른 엄마였습니다.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엄마였죠. 때로 그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위로보다는 상처가 덧날까 흉터가 오래가지 않을까 불같이 화를 내며 걱정부터 하는 그럼 엄마였다고 말이죠.
어릴 적에는 그런 엄마의 엄하고 매정한 말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말과 행동 대신 음식으로 그녀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요,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끓여주고, 테라스에서 뜨거운 철판 위에 두툼한 삼겹살을 굽고 삼겹살 쌈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말이죠. 타인을 사랑하는 방식도 이와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듣기 좋은 말이나 끊임없이 지지하는 말을 해주는 식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걸 평소에 잘 봐두었다가 그 사람이 부지불식간에 편안하게 배려받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그런 것이었죠.
성인이 되고 조금씩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던 스물다섯의 미셸. 엄마도 그런 미셸을,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한 딸을 응원하기 시작하던 그때, 운명의 장난은 시작됩니다. 건강하던 엄마에게 암 진단이 내려진 것인데요. 미셸은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에 엄마가 머무는 유진으로 내려가 함께 지내며 옆에서 보살피며, 엄마가 복용하는 약과 음식을 모두 기록하고,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기도 하는 등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살아생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남자친구와의 결혼도 서두르게 되죠. 그리고 엄마는 기적적으로 딸의 결혼식까지 버텨주게 됩니다. 하지만 운명의 마지막 장은 바꿀 수 없었죠. 기적은 거기까지였고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미셸을 떠났지만, 엄마가 만들어주던 음식의 맛은 머릿속에 남아있는 미셸. 엄마는 없지만 이제 미셸은 인터넷과 유튜브를 찾아보며 엄마가 해주던 그 음식들을, 된장찌개를, 김치찌개를, 잣죽을 직접 만들어먹습니다. 그 음식을 통해, 그 맛을 통해 엄마를 기억하고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달래고 회복해나갑니다. 그리고 그 힘이 바로 음식, 그리고 기억의 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이름으로 박표한 미니 음반이 주목을 받으며 이제 음악가로서 활동의 영역을 넓혀 나가게 되고, 미 전역 투어의 오프닝 공연을 넘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미 전역을 누비며 장기 공연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시아 투어로 까지 그들의 활동은 이어지게 되는데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공연의 마지막은 서울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홍콩에서 시작해 대만, 방콕, 베이징, 상하이, 도쿄, 오사카를 넘어 서울에서 피날레를 찍는 그들의 아시아 투어. 이모와 이모부를 초대해 그들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미셸의 모습으로, 그리고 이모와 이모부와 함께 노래방에서 커피 한 잔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단락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아마도 제가 지난 2월 태어난 아직 돌이 채 되지 않은 아기와 함께 지내는 초보 아빠이기 때문에 이 단락이 더욱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해당 단락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야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기 신발 두 켤레를 발견했을 때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해 내게 그런 것까지 처리하게 만든 엄마가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두 켤레 다 너무 작아서 내 손바닥 안에 쏙 들어왔다. 나는 샌들 한 짝을 들고 눈물을 터뜨렸다. 이런 물건을 보관해뒀을 엄마 마음을 상상하면서. 엄마는 언젠가 자기 아기의 아기가 자신은 절대 만나보지 못한 그 아기가 그 신을 신게 될 날을 생각하면서 고이고이 싸뒀을 것이다.
(...)
엄마는 나의 대리인이자 기록 보관소였다. 엄마는 내 존재와 성장 과정의 증거를 보존하려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내 모습을 순간순간 포착하고 내 기록과 소유물을 하나하나 다 보관해두면서 엄마는 나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때, 결실을 맺지 못한 열망. 처음으로 읽은 책, 나의 모든 개성이 생겨난 과정, 온갖 불안과 작은 승리를. 하지만 엄마가 사라지고 나니 이런 것들을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이야기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엄마와 딸 사이의 유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가 겪는 시련에 대해서도 전해주고 있으며,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시아계 혼혈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나아가 미국이란 나라에서 아시아계 혼현일 여성 예술가라는 "소수"라는 프레임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서 좌절과 혼란을 겪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상실과 회복을 넘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미셸을 통해서 굳이 혼혈의 이민자 세대가 아니더라도, 음악가나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