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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4-081.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Herr.Kwak 2025. 1. 2.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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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나는 오랜 시간 울었다.
이 책이 내가 살아왔던 집들을 모두 불러냈기에.”
여성학자 정희진, 에세이스트 김하나 추천!
한 사람의 내면에 단단하게 쌓아올려진
집과 방에 관한 낯설고 친밀한 이야기

한국 사회의 오랜 화두, ‘집’.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집을 부동산적 가치, 재테크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단순한 관점은 집이 사회적 의미와 상징으로 복잡하게 얽힌 배경이자, 정서적 기억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망각케 한다. 장소와 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던 기억, 20대 서울 상경 후 살았던 강북의 아홉 개 방과 신림동 원룸, 재개발이 빗겨간 금호동 다가구주택, 30대 진정한 독립을 이룬 행신동 투룸, 정발산의 신혼집, 북한산 자락 아래 구기동에서 오래된 빌라를 수리하고 안착하기까지, 저자가 경험한 대구와 서울의 한 시절이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강물처럼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가족과 집, 여성과 집, 자아의 독립과 집, 계급과 집 등 다층적이고도 본질적인 집의 의미와 가치를 유연하게 탐험해 나간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집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오래도록 미뤄두었던 질문을 마침내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 

 

 

논픽션 작가. 2006년 계간 〈아시아〉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2018년부터 논픽션을 쓰고 있다. 버려진 개들의 삶과 죽음을 담은 르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집과 여성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어린이를 위한 동물권 논픽션 『운동화 신은 우탄이』를 썼다. 개인의 미시적 서사가 사회에 대한 증언으로 확장하는 이야기, 공적 주제가 한 사람의 내밀한 삶으로 수렴하는 이야기, 그리하여 불완전한 내가 불완전한 타자와 연결되는 글쓰기를 소망한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어떤 집은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느새 한국에서 집이라는 개념은 부동산과 동일시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과거 집이 가지던 의미는 퇴색되어 옅어지고 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을 향한 욕망과 그 욕망을 부추기는 매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집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내릴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이 책의 저자 하재영 님은 이처럼 집에 대한 개념이 혼란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집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구 중구에 위치한 "다크 헤리티지"에서 시작해서 수성구의 "명문빌라"를 넘어 서울 신림동, 금호동을 넘어 고양시를 지나 다시 서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소개된 마지막 10번째 집인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의 집을 "최초의 집"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녀에게 있어서, 그녀의 삶에 있어서 집은 어떤 의미였을지 함께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 하재영 님은 여성이기에 당연하게도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자전적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그 안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전적인 이야기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부침과 그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의 주거 형태가 등장하기에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누군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향수를 찾을 수도, 누군가는 지금의 현실을 만날 수도, 또 누군가는 미래의 자신의 집을 꿈꿀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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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저는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가 들어있는 에세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리고 너무나 단순하게도 "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말이죠. 하지만 이 책은 건축학도의 이야기는 아니었고, 건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있는 에세이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처음에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었기에 집중력을 잃기도 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의아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솔직한 고백을 읽다 보니 점차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저자 하재영 님은 단편소설로 등단한 후 두 구너의 소설책을 출판하기도 한 작가인데요, 그런 그녀가 전하는 고백은 탁월한 문장력 속에서 힘을 가지게 됩니다.

 

때로 그녀의 이야기는 여성의 시점에서 전개가 됩니다. 그렇기에 솔직히 고백하건대 100%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단순 여성의 시점을 넘어서 과거 당시의 그녀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녀가 이야기하는 그 시절의 이야기는 때로는 반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꾸준히 이야기하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라는 것처럼, 그녀가 살아온 많은 집들이, 그리고 그 안에 그녀의 방들이 만들어준 그녀의 정체성과 욕망은 사실 그녀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기에, 그녀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에 100% 공감을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방을 더듬어봄으로써, 나도 그녀도 크게 다르지 않았구나를 느끼며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책에서 소개된 그녀의 5번째 집. 바로 고양시의 이 집이 저자에게 있어서 온전히 말할 수 있는 "첫번째 나만의 집"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친애할 수 있는" 나만의 집 말입니다. 이 집의 앞에 나오는 집은 그녀의 학창 시절에는 사실 그녀 부모님의 집이었고, 그 이후의 집들은 집이라기보다는 거처였을 것입니다. "거처"와 "집"은 당연히 다릅니다. 그저 내 몸 뉘일 수 있다면 그것은 거처일 뿐일 것입니다. 집은 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나를 만들어주고, 나 또한 집을 만듭니다. 앞서 저자에게 느꼈던 조금은 부정적인 느낌에서 이 집 이후의 그녀를 위해서는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집에 살면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게 되면서 말입니다. 

 

더불어 "어떤 집은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말에 대해서 조금 언급을 하려 합니다. 이번 후기의 시작을 알린 문장이기도 한데요, 저 또한 지금까지 많지는 않지만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이사를 다녔습니다. 그런 저에게 있어서 어떤 집이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집이 될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몇 번을 생각해 보고 곱씹어봐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 떠오를 뿐이었습니다. 지난해 아가 임신과 함께 이사 준비를 해서 출산과 육아를 함께 만들어오고 있는 지금 이곳. 바로 지금의 이 집이 먼 훗날 하재영 님처럼 돌아보았을 때,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집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공간 안에서 많은 의미를 계속해서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그녀의 "어머니"입니다. 저자가 자기만의 방, 다시 말해 온전한 자신만을 위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축은 바로 "집"일 텐데요, 그 집만큼이나 이 책의 이야기에서 중심이 되는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이 바로 "성장기"입니다. 더 정확히는 "여성의 성장기"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기에는 자신과는 반대되는 인물, 바로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비단 그녀의 어머니 뿐만 아니라 어머니 세대로 대표되는 우리의 어머니 시절의 모든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삶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대가족의 살림을 홀로 전담하는 어머니, 하지만 집 어디에도 어머니를 위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공간인 서재는 있지만 어머니의 공간은 없습니다. 그저 주방의 식탁이 그녀의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실지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였는데도 말이죠. 그렇게 자기만의 공간, 그리고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기억에서 시작한 그 깨달음은 그녀 자신의 방을 위한 욕망으로, 그리고 그 공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그녀에게 있어 "집"이란, 다시 말해 "자신만의 방"이란 물리적인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공간 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서의 나의 모습을 통해 "자신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마지막 10번째,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에 자리 잡은 "최초의 집"에서 완성이 됩니다. 그녀의 욕망은 "방을 가진다"를 넘어서 "자신으로서 인정받는다"로 완성이 됩니다. 다시 말해 "서재를 가지다"를 넘어서 "서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된다"로 완성이 됩니다. 

 


 

결국 그녀의 이야기는 집에 대한 편지이자 자신의 방에 대한 편지, 자신의 공간에 대한 편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만들어진, 그리고 앞으로도 새롭게 만들어질, 다듬어질 그녀를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자리를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였습니다. "각자의 안에는 각자가 살아온 집이 있"기에 우리도 우리의 집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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