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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4-075.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Herr.Kwak 2024. 12. 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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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2023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 작가 소개 -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한강 작가님에게 편견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접한 한강 작가님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해당 도서가 저에게는 상당히 큰 불쾌로 남아있어서 작가님도 불호로 남아있었는데요.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1권의 책만을 읽고 한 사람을, 한 작가를 호냐 불호냐로 판단하는 것에 무리가 있었음에도 말이죠. 하지만 채식주의자를 읽고 그 느낌이 너무나 커서 선뜻 한강 작가님의 다른 책을 접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너무나도 큰 일, 너무나도 축하해야 할 사건이 발생하였죠. 네, 바로 한강 작가님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한강 작가님의 많은 작품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뜨거운 감자였는데요, 이 흐름에 올라타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흰",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 등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제가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던 책은 바로 "작별하지 않는다"였습니다. 해당 작품은 2021년에 출간된 한강 작가님의 가장 최신작인데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한강 작가님의 가장 최신작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게 된 저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 줄이고, 책으로 떠나볼까요?

 

책의 내용에 대해 짧게 풀어보자면 이러한데요.

 

해당 책의 주인공은 소설가 "경하"입니다. 그리고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으로 책은 시작합니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었고,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경하는 꿈에서 깨게 되죠. 그리고 경하는 그 꿈이 그 무렵에 꾸었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리라고 생각하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친구 인선과 대화를 하고 계획을 세운 이후의 몇 년은 경하의 인생에서 너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겨우겨우 꾸역꾸역 삶을 회복하는 사이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경하는 자신의 꿈을 잊으려 하고, 꿈에 대한 생각을 바꾸려 하고, 계획을 중단하기로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경하는 병원에 있는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게 됩니다. 인선이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은 것인데요. 곧장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인선은 갑작스레 그날 안에 제주 집에 가 혼자 남은 새를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부탁을 합니다. 인선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경하는 그 길로 서둘러 제주로 향하지만, 제주는 때마침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폭설과 강풍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고질적인 두통에 시달리며, 경하는 가까스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하게 되죠.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칠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 중요한 부분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온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십오 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아버지와, 부모와 동생을 한날한시에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와 함께, 학살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바쳐 끝까지 포기하기를 택하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고요한 싸움이, 폭설로 고립된 외딴집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촛불 아래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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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은 이 작품에 대해서 43사건에 대해 다루었지만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읽으면서도 작가의 말에서 읽었던 그 "지극한 사랑"을 어디에서 느낄 수 있나 많이 고심을 하며 읽었고,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저는 그 지극한 사랑을 작가님의 설명이나, 다른 평론가님들의 설명을 접하지 않았다면 파악하지 못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평들을 읽고난 후, 책에서 발췌해 두었던 글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 "지극한 사랑"은 인선의 어머니 정심에게서 인선에게로, 그리고 인선에게서부터 경하에게로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든, 어떠한 경로로든, 어떠한 방법으로든 전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된 사랑의 힘이 칠흑같이 어두운 깊은 바닥에서도 버티고 견딜 수 있는 빛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말에서처럼 " 사랑이 지극하고 간절한 만큼 그것은 무엇보다 무서운 고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되뇌어 봅니다.

 


 

이번 책의 후기는 여느때보다 조심스럽고, 저의 단편적인 독서력과 문장력에 작아지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 책이 최근 워낙 이슈가 많이 되고 있고, 관심을 받기 때문일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책이라는 것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독자가 느끼는 것이 바로 그 책이라고 말이죠. 작가가 전하고픈 이야기를 독자가 단번에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독자가 혹시라도 다른 의도로 느끼거나, 작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느끼게 된다면, 그건 책을 잘못 이해한 것이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조심스러운 독서후기의 마지막에, 혹시라도 책을 잘 못 이해해서 잘못된 평을 적게 될까 미리 선수를 치는 의미에서 질문을 던지며 오늘의 후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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