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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4-071.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이 키건

Herr.Kwak 2024. 12. 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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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한 세대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 문학평론가 신형철, 르포작가 은유 추천
* 2022 부커상 최종후보
* 2022 오웰상 소설 부문 수상
* 킬리언 머피 주연·제작 영화화

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다산책방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가 전작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로,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같은 해 오웰상(소설 부문), 케리그룹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보내며 이 소설이 키건의 정수가 담긴 작품임을 알렸다.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 작가 소개 -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어서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그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키건은 1999년 첫 단편집인 『남극(Antarctica)』으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과 윌리엄 트레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7년 두 번째 작품 『푸른 들판을 걷다(Walk the Blue Fields)』를 출간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가장 뛰어난 단편집에 수여하는 에지 힐상을 수상했다. 2009년 쓰인 『맡겨진 소녀』는 같은 해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했고 《타임스》에서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권’에 선정되었다. 최근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오웰상(소설 부문)을 수상하고,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이 책은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현재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다.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인친님의 후기에서 이 책의 작가인 클레이 키건 님에 대해서 이런 평을 들었습니다. "1세기, 100년에 한 번 나올 작가"라는 평을 말이죠. 그리고 북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저의 피드에서 올해 자주 볼 수 있었던 2권의 책이 바로 클레이 키건 님의 "맡겨진 소녀"와 오늘 소개해드릴 이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읽었고 후기를 작성해 주셨고, 찬사가 많았던 바로 그 책. 그렇기에 너무나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 그리고 때맞춰 감사하게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나눔 이벤트를 해주시는 분께 받게 되어, 아가와 출산 후 휴가차 한국에 들어간 와이프에게 부탁해 수령하여, 정말 오랜만에 종이책으로 읽어본 책이었습니다.

 

"역대 부커스 후보 중 가장 짧은 소설"이라는 소개글에 딱 어울리게도 여느 소설에 비해서 분량은 무척 적었습니다. 매번 표지만 보다가 실물을 접하니, '이렇게 얇다고'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딱 떠오를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영국의 문화평론가 베리 피어스 님이 남긴 코멘트처럼 "키건은 단어 하나하나 낭비하지 않는 작가니까."라는 표현처럼, 짧지만 임팩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조금 더 이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저는 이번에 살고 있는 집으로 1년 전 이사를 하면서 지난번 집은 안락한 우리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안락채"라는 이름을, 그리고 이번 집은 세상의 온갖 복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 "만복당"이라는 이름을 와이프와 토론 끝에 정했는데요, 그리고 그 아래에서 펼쳐지는 저와 와이프 둘만의 독서모임은 바로 "만북당 / 만Book당"이 있습니다. 아기를 올 초 출산하고 끊겼던 만북당의 명맥이 최근에야 다시 재부활하였고, 5번째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와이프도 지난 10월 읽었던 책들 중 베스트로 꼽을 정도로 이 책은 저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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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 써졌다는 이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소설의 줄거리는 앞서 발췌표기를 하였던 YES24 도서소개에서 마찬가지로 발췌하였습니다.)

 

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이 슬하에 다섯 딸을 두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꾸려가는 석탄 상인 ‘빌 펄롱’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뉴로스는 서서히 쇠락하는 중이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점점 길어지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가정집은 너나없이 냉골이라 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다. 펄롱은 이 스산한 풍경을 보며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모든 걸 잃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펄롱은 빈곤하게 태어나 일찍이 고아가 되었으나 어느 친절한 어른의 후원 아래 경제적 도움을 받았고, 그런 본인이 그저 ‘운’이 좋았음을 민감하게 자각하는 사람이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있고, 딸들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으며, 따뜻한 침대에 누워 다음 날 어떤 일들을 처리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안온한 일상을 언제든 쉽게 잃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잊지 않고 살아간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아침, 펄롱은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나가 창고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지만, 아내를 비롯한 그를 둘러싼 세계는 평온하게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시할 것들은 무시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그를 침묵하게끔 한다. 수녀원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마을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던 펄롱은 위험이 예견된 용기를 내야 할지 아니면 딸들과 가정을 위해 자신도 침묵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그 위태로운 갈림길 앞에서 불안과 동시에 어떤 전율을 느낀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 움츠러든 펄롱은 마을에 흐르는 강을 오래도록 내려다본다. 강물은 자기가 갈 길을 안다는 것, 너무나 쉽게 자기 고집대로 흘러 드넓은 바다로 자유롭게 간다는 사실을 부러워하며.

 

이 책 초반에 펄롱이 방문하며 내용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수녀원"은 막달레나 세탁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사건은 1922년 아일랜드에는 일명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asylum)'로 불리던 가톨릭 수녀회에서 발생한 추악한 사건입니다. 이 막달레나 세탁소는 가톨릭 교회에서 지은 사회시설로, 이름과 같이 세탁소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세탁기가 발명되기 전이어서 오늘날의 일반 세탁소와 같은 호텔이나 정부기관, 군 관련 세탁물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일종의 외주업체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수녀원은 운영하는 세탁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에게 무보수, 무휴일로 강제 노역을 시킨 것은 물론이고 미혼모들의 자녀들을 돈을 받고 입양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런 식으로 아이를 빼앗긴 미혼모들의 수가 무려 1만 명이나 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매질을 당하는 것도 예사였고 최악의 경우에는 성추행까지 당하는 등 이들의 심신은 여지없이 수녀원 내에서 짓밟히고 있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외출은 당연히 금지되었고 탈출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잡혀와 혹독한 처벌을 당했다고 하며,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굶주린 채로 착취당했고 수많은 여성들이 인권을 철저하게 유린당하면서 죽어갔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만행이 비교적 최근인 1996년 9월 25일까지 약 74년 동안 계속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려 70여 년간 자행되어 온 잔혹한 인권 유린에 대해 아일랜드 정부는 아무런 사죄의 뜻도 표명하지 않다가 2013년이 되어서야 뒤늦은 사과문을 발표했기에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와 충격은 상상을 넘었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표현되는 "수녀원"의 배경이 막달레나 세탁소와 너무나도 유사했기에 이 소설을 역사소설로 인지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클레이 키건 작가님은 이 소설의 배경이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 완벽히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클레이 키건 작가님은 2022년 부커상 인터뷰 중에서 “이 책은 아버지와 함께 석탄을 배달하러 간 소년이 기숙학교의 석탄 창고에 갇혀 있는 또래 소년을 발견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그저 문을 잠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음 배달을 계속했지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석탄 배달부의 관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그에게 집중했습니다. 아버지인 그가 이 사실을 지닌 채 어떻게 배달을 마치고, 하루를 보내고, 인생을 살아갈지 그리고 그가 여전히 자신을 좋은 아버지라고 여길 수 있는지 탐구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저는 펄롱이라는 남자가 이 소설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을 좋은 아버지라고 여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딸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사업을 잃고 가족을 부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우리 마음속에 갇혀 있는 것을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여성 혐오나 가톨릭 아일랜드, 경제적 어려움, 부성 또는 보편적인 것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소녀와 여성이 수감되어 강제로 노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싶었습니다.”라는 인터뷰를 전하였습니다.

 


 

저자의 말을 따라서 소설을 다시 되뇌어보면 어떠한 사건에 대한 고발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인간 내면에 집중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펄롱이 수녀원에서 그 소녀를 처음 만난 이후, 그 소녀를 떠올리면서 느낀 감정. 그리고 와이프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 모두는 무시하고 지금의 가족에 집중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하게 되는데요, 거기에서 오는 괴리와 본인의 성장 배경에서 오는 감정. 사소함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함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 충돌하며 펄롱의 내면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와 함께 수녀원에서 본인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에게 말을 거는 주민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의 생각의 변화를 읽어보면, 그 누구도 자신의 편에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기에 본인이 지금 이 소녀를 자기의 집으로 데리고 가는 이 일이 옳은 일인가, 잘한 일인가 의문이 들지만, 집이 가까워짐에 따라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옳은 신념이 자리 잡으며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걷는 펄롱의 모습에서 그의 내면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살아남은 것을, 그리고 살아남을 것은 바로 사랑이다라는 영국 시인 라킨의 말에 응답하는 책이 되길 바란다는 클레이 키건 작가의 말처럼, 한 개인의 내면의 이야기에서 시작되고 끝이 나는 이 작품에서 우리는 우리 인간이 응당 가져야 할 인간의 품위에 대해서 느끼고, 확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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