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곽의 도서관] 독서후기 2024-034. 아무튼 서재 - 김윤관(아무튼 시리즈 Nr.2)
- 책 소개 -
책장, 책상, 의자, 책 그리고 당신의 작은 세계 목수 김윤관이 들려주는 서재 이야기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목수 김윤관의 첫 책이다. 주로 서재에 들이는 가구를 만드는 저자가 자신만의 언어로 ‘서재’에 관해 쓴 에세이 아홉 편이 실려 있다. 책장, 책상, 의자, 책 같은 서재를 구성하는 요소와 청춘, 여성, 도서관, 사랑방 등 테마별로 접근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았다. 서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명확하다. 당신만의 서재를 가지라는 것. 그것이 바로 “당신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거라는 것. 그가 들려주는 서재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명창정궤明窓淨?, ‘햇빛이 잘 비치는 창 아래 놓여 있는’ 자기만의 정갈한 책상 하나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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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木手.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가나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기자나 세상을 구하겠다는 활동가가 아니라 그저 작은 소용이 닿는 가구를 만드는 목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작가나 예술가가 아닌 그냥 목수 아저씨. 이름 뒤에 붙는 목수라는 명칭에 만족한다. 소명 없는 소소한 삶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낮에는 ‘ 김윤관 목가구 공방&아카데미’에서 가구 만들기와 예비 목수 양성에 힘쓰고, 저녁에는 서재에서 텔레비전을 껴안고 산다. |
(* 해당 책 소개와 작가 소개는 인터넷 YES24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아무튼 시리즈.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그런 한 가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아무튼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인 류은숙 님의 "아무튼 피트니스"입니다. 저는 아무튼 시리즈를 "아무튼 메모"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정확히는 헤아려보지 않았지만 5~10권 정도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무튼 시리즈에 빠지게 된 저는 NR.1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보았고 가능하면 NR.1부터 기회가 되는대로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로 다시 만나게 된 아무튼 시리즈. 바로 아무튼 서재였습니다. 이 책은 많은 분들이 "나만의 아무튼 TOP3"를 꼽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책인데요, 그래서일까요? 더욱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 책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재. 서재라고 함은 일단 우리, 우리라고 해둘게요. 우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모든 꿈이 집약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때문에 어떤 이들은 단순히 책장과 책상만 있는 서재를 꿈꾸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미니 냉장고와 바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 간단하게 한잔하면서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꿈꾸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인 목수 김윤관 님은 서재 가구를 주로 만드는 목수로서 남자의 서재라는 개인전을 열기도 할 만큼 서재 가구에 있어서 진심인 목수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커다란 책상과 단단한 책장을 들인 서재를 갖는 것이 목수가 되기 전부터 그려오던 본인의 오랜 소망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은퇴를 결심하게 되면 목수로서 마지막 본인의 작업으로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사용할 책상과 책장, 그리고 관 하나를 짤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처럼 가구에 진심인 남자, 서재에 진심인 남자, 그런 목수님이 전해주는 서재 이야기, 자신만의 언어, 자신만의 연장을 손에 쥐고 만들어가는 그 이야기가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은 목수로서 본인이 추구하는 서재의 이야기, 그 안에 존재하는 책장, 책상, 의자, 책 등 서재를 이루는 각각의 요소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3천여 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는 본인의 서재를 이야기하며 현재 본인의 서재에는 책과 텔레비전, 소파와 냉장고, 책장과 책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상상을 한다고 하는데요. 서재는 단지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니라고 하는 그의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서재라고 불리는 공간에 서재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는 먼 옛날에는 아마도 그 공간에 놓을 물건이, 그러니까 별일 없이 빈둥거리고 공부도 하며 오롯이 혼자서 자기만의 시간을 쓸 수 있는 공간에 놓을 적절한 물건이 책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하지만 이제는 언제든 내가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소파에 등과 목을 기대고 멍해질 수 있는 오디오처럼 동일한 목적을 위한 다양한 물건이 나와있기에, 본인의 서재에는 단순히 책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신만의 시간을 쓰는 공간으로 구성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목수로서 다른 이들의 서재를 볼 때 아쉬운 점으로 꼽는 하나는 바로 책장이었는데요, 다른 이의 집에 갔을 때 서재가 궁금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 기대는 배반을 당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서재를 궁금해하는 이들의 대상이 책인 반면 본인의 궁금증의 시선은 가장 먼저 책등이 아니라 책장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어느 애서가의 서재에서도 그 화려한 장서에 걸맞은 책장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책을 향한 그들의 애정을 생각하면 책장에 대한 무관심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이죠. 예를 들어 만년필 수집가가 그 애정하는 만년필들을 3천 원짜리 플라스틱 필통에 보관하지 않는 것처럼 장서들도 그에 맞는 책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만년필을 사랑하는 살마들이 그 보관함 역시 그 만년필의 격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이야기는 저에게 서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었습니다.
이렇게 책의 전반주에는 책장, 책상 등 서재를 이루는 여러 요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작가 본인의 삶에서 우러나온 경험과 철학적 사유들과 함께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는 책에 관한 이야기. 책의 후반부에는 도서관이나 사랑방과 같은 특별한 서재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본인의 청춘의 가장 오랜 서재인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새겨진 "세월"이라는 한글 이야기로 시작해 공공의 서재, 그리고 여성의 서재에서 하녀와 수전 손택, 그리고 마럴린 먼로에 이르기까지, 책과 독서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녀의 독서법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독일의 작가 슈테판 볼만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것과 남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한 것처럼, 남녀의 독서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뭐 그따위 책을 읽느냐며 여성들이 읽는 책과 문장을 폄하하는 남자들은 세상의 반 혹은 미래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고 있는 책, 김윤관 님의 "아무튼 서재"는 이렇게 서재를 통해서, 서재에 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은 병들어 있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진단을 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처럼 그에 대한 목수로서 본인의 처방은 서재를 가져라고 이야기를 하는 김윤관 님. 본인만의 서재를 가지라고 말이죠. 밝은 빛이 스며들고 정갈한 책상 하나로 이루어진 서재를 가지는 일이 본인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옛 조선의 선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죠.
저도 오랫동안 꿈꿔오던 서재의 모습이 있는데요, 물론 조금씩 세부적인 모습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만, 건축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언젠가 제가 꿈꾸던, 저희 가족이 꿈꾸던 그 서재라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여러분과 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